빈부 격차 15년만에 최대… ‘소득주도성장의 배신’

입력
2019.02.21 12:00
수정
2019.02.2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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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4분기 저소득층 소득 17.7% 감소, 고소득층은 10.4% 증가 

 빈부격차 지수인 5분위 배율 5.47, 4분기 기준 역대 최고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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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빈부격차가 분기 기준으로 2003년 통계작성 이후 최대치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소득을 높여 경제성장을 이끌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이 되레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줄이면서 빈부격차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9만7,000명에 그쳤던 지난해 고용참사가 빈곤층의 소득참사, 분배참사를 야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통계청의 ‘2018년 4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작년 10~12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 소득은 월 123만8,000원으로 1년 전 대비 무려 17.7%가 감소했다. 4분기 기준으로 2003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1분위 가구의 소득은 1분기 -8.0%, 2분기 -7.6%, 3분기 -7.0% 이어 4분기 연속 하락세다.

특히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무려 36.8%나 감소한 43만500원에 그쳤다. 근로소득 감소폭도 2003년 이래 역대 최대치다. 1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자영업자)도 1년 전보다 8.6% 감소한 월 20만7,300원에 그쳤다.

세금 등을 제하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이 1년 전보다 19.5%나 감소한 98만8,200원에 그친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더욱 가난해졌다는 의미다. 최저임금 인상과 아동수당, 노인연금 확대 등 저소득층 소득을 높여 소비 진작과 경기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소득주도성장이 실제로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셈이다.

이에 반해 4분기 소득 최상위 20%(5분위) 소득은 한달 평균 932만4,3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했다.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월평균 688만5,600원으로 1년 전보다 14.2%나 뛰었다.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도 1년 전보다 8.6% 증가한 726만500원이었다.

소득하위 가구의 소득은 갈수록 줄고, 상위 가구 소득은 더욱 높아지면서 소득분배 지표도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상위 20%의 월 처분 가능소득을 하위 20%의 처분 가능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5.47배로 집계됐다. 1년 전 4.61배보다 0.86포인트가 증가했고, 4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분기 기준으로 소득분배 최고 격차는 지난해 1분기 5.95배였다.

차하위인 2분위(소득 하위 20%~40%) 가구의 소득도 1년 전보다 4.8% 감소했다. 대신 차상위인 4분위(소득 상위 20~40%) 가구의 소득은 같은 기간 4.8% 증가했다. 못 사는 사람은 더욱 못살고 잘사는 사람은 더욱 잘사는 현상이 고착화하는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정부 정책이 겉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는 작년 1, 2분기 5분위 배율이 사상 최악인 5.95배와 5.23배를 기록하는 등 낙제점 수준인 소득분배 성적표를 받은 뒤 “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지급효과가 나타나는 하반기부터 저소득층 소득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이 9월부터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오르고, 아동수당 10만원도 새로 지급되는 등 각종 정책효과가 나타난다는 기대가 담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의장인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정책 등 한해 경제정책 성과와 과제 등을 평가하는 동시에 포용성장 등 내년도 경제기조를 놓고 자문위원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의장인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정책 등 한해 경제정책 성과와 과제 등을 평가하는 동시에 포용성장 등 내년도 경제기조를 놓고 자문위원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정부 재정 투입은 늘어났지만 분배지표는 더욱 악화되는 결과가 나왔다. 공적연금, 기초연금, 사회수혜금 등이 보전하는 수입인 공적이전소득의 경우 1분위는 17.1% 증가한 반면, 최상위계층인 5분위는 무려 52.7%나 증가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공적이전소득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것이 공무원이 받는 공무원연금이나 일반국민들이 받는 국민연금이다”며 “5분위에서 공적이전소득이 증가한 데는 인구 고령화로 연금 수령자들이 많아졌고 연금 가입 기간이 길었던 터라 1인당 수혜금도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득격차가 확대된 것은 일자리 숫자와 질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위 가구의 경우 작년 4분기 취업인원수는 0.64명으로 전년 동기(0.81명)와 비교해 감소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2.02명에서 2.07명으로 증가했다. 또 1분위 가구가 주로 차지하는 임시직의 경우 2017년 4분기에 비해 작년 4분기에 17만명이 감소한 반면, 5분위 가구를 주로 구성하는 사용직은 같은 기간 34만2,000명이 증가했다. 저소득층은 좋지 않은 일자리마저 잃고 있는 반면, 고소득층은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가는 일자리의 ‘부익부빈익빈’이 소득분배 참사로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최근 분배여건의 어려움을 엄중하게 인식하는 한편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관계부처간 협업을 통해 총력 대응해 나가겠다”며 “소득분배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만큼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민간의 활력 제고에 방점을 두고, 규제개혁, 상생형 일자리 확산, 산업혁신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작년 4분기 전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60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의 근로소득은 6.2%가 늘었고, 재산소득도 4.9%가 증가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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