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이미지' 배정국대표/ "한국에선 CI보다 PI가 우선"

입력
2007.05.06 23:34

“CI(corporate identityㆍ기업 이미지)보다는 PI(president identityㆍ총수 이미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홍보대행사 ‘사람과이미지’ 배정국 대표는 최근 사업 영역을 다양화했다. 개별 회사의 홍보에 주력했으나, 이제부터는 대기업 총수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PI’ 부문에서도 승부를 걸기로 했다.

배 대표는 한국적 현실에서는 CI보다는 PI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는 입장이다. CI를 도입해 기업 로고를 바꾸더라도, 총수와 임직원 등 기업 구성원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논리다.

배 대표는 PI 활동은 총수 이미지를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게 아니라, 실제 이미지를 제대로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있는 척’ 포장한 PI가 역효과를 낸 사례와 정석에 입각한 PI 활동의 성공사례를 실제로 소개했다.

우선 봉사활동 관심 많은 이미지로 비치는 A재벌 회장의 실패사례. A재벌 홍보팀은 총수가 공사장에서 인부들과 함께 드릴로 못을 박는 사진을 게재해 달라고 여론에 배포했다.

그러나 다른 인부는 모두 장갑을 꼈는데 회장은 맨손인 채였다. 대부분 독자가 ‘회장은 사진만 달랑 찍고 갔구나’라고 생각했다.

반면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관련 사례는 성공 사례로 꼽았다. 경상북도 영천이 고향인 윤 회장은 사투리가 심해, 표준어에서는 자주 쓰이는 단어라도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 회사 홍보팀에서는 윤 부회장의 사내외 방송 원고를 미리 검토, 발음이 힘든 단어가 있는지를 미리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이음 동의어’로 바꾸는 작업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총수 관련 기사나 사진을 신문에 자주 나오게 하는 것 정도를 PI로만 알고 있으나, 그 내용과 전달 과정까지도 생각해야 한다는 게 배 대표의 주장이다.

배 대표는 올바른 PI를 위해선 “총수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이미지가 회사 이미지와 사업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판단에 따라, 단순한 눈가림이 아니라 총수 스스로 변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총수는 부하의 따끔한 조언도 수용할 줄 아는 겸손함이 필요하다”며 “겸손한 총수가 이미지 전쟁에서도 승리하는 법”이라고 덧붙였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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