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정기 되찾자”/「일제 쇠말뚝」 뽑기·옛 지명 살리기

입력
1995.02.17 00:00

◎지뢰탐지기까지 동원 방방곡곡 산뒤져/일제가 개악지명 전국에 2백39개확인 광복 50년을 맞아 민족의 정기를 되살리기 위한 사업과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구조선총독부건물의 돔 일부가 8월15일 철거되며 이에 앞서 3월1일에는 이 건물의 철거를 알리는 고유제가 치러진다. 정부는 일제가 민족정기를 차단하기 위해 국토 곳곳에 박아 놓은 쇠말뚝을 뽑고 일제가 개악한 우리의 고유지명을 되찾는 운동도 벌이기로 했다. 각종 기념행사와 사업등을 모아 본다.<편집자주>

 일제가 민족정기를 차단하기 위해 우리 국토의 「혈맥(혈맥)」 곳곳에 박아놓은 쇠말뚝을 뽑아내고 일제에 의해 개악된 지명은 고유지명으로 바꾼다.

 정부는 이같은 민족정기 되찾기운동을 올해 3·1절 기념행사계획에 포함시켜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경북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난 1월부터 주민제보로 접수한 쇠말뚝은 청도군 주구산과 영덕군 추산면 대곡리 국사당산·병곡면 영리 칠보산·영덕읍 우곡리 고불봉, 포항시 장기면 수성리 감골, 울진군 후포면 금음리 마룡산·원남면 매화리 남수산, 봉화군 재산면 갈선리 까막골·명호면 풍호리 풍악산, 경주시 안태봉산등 10개소다.

 이중 청도군 화양읍 소사리 주구산의 쇠말뚝은 지난 14일 산신령에게 고하는 고유제를 올린 뒤 뽑아냈다.

 뽑아낸 쇠말뚝은 지름 4㎝에 길이 1가량으로 뽑는데만 1시간30여분이 걸렸다.

 조선조 풍수지리서에 의하면 이 쇠말뚝이 박힌 곳은 갈룡음수형(갈룡음수형·목마른 용이 물을 마시는 형세)의 명당으로 연구가들은 『일제가 용의 코 해당지점에 쇠말뚝을 박아 인재가 나는 것을 막으려 했다』고 보아왔다.

 이같은 쇠말뚝은 내무부의 전국적인 조사가 끝나면 정확한 숫자와 위치가 파악되고 모두 제거된다.

 과거 「우리를 생각하는 모임」「오르내림산우회」등 민간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쇠말뚝을 찾아내 지난 84년 서울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에서 15개를 뽑아냈고 지난 93년 속리산 문장대에서도 길이 30㎝의 쇠말뚝을 뽑아낸 적이 있다.

 쇠말뚝을 찾아내기 위해 내무부는 군의 협조를 얻어 지뢰탐지기까지 동원할 계획이다.

 일제가 개악하거나 일본식으로 바꾼 지명은 지난 86년 국립지리원 조사에서 전국에 2백39곳으로 나타났고 국어학자들은 서울 동이름에만 1백46개라고 주장해 왔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면 경북 의성군의 자미산은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인데 일제가 「봉황이 날아가 버렸다」는 의미의 비봉산으로 억지로 지도에 표기해 현재 비봉산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신윤석 기자>

◎정부행사/「3·1」 「8·15」기념일마다 대대적 축제

 3월1일 「광복50주년 3·1절 기념문화축제」가 4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립중앙박물관 앞마당에서 대대적으로 펼쳐진다. 3·1절 기념행사가 옥외에서 문화축제로 치러지기는 처음이다.

 상오10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기념식을 가진뒤 삼부요인등 참여인사들이 행사장으로 이동하면서 축제의 막이 오른다. 축제는 구조선총독부건물 철거를 알리는 「고유제」로 시작된다. 고유제는 중대한 일에 앞서 그 까닭을 사당이나 신명에게 고하는 우리 풍속. 광복 반세기만에 민족정기를 바로잡자는 의미에서 행해지는 「철거」의 배경과 의미를 선조와 천지신명에게 고한다.

 고유제에 이어 철거경과 보고가 있고 원로시인 박두진 선생이 광복과 철거의 의미를 서사시형식으로 쓴 「대국민 메시지」를 낭독한다. 행사가 끝나면 철거의미를 담은 폭 2·4, 길이 24 크기의 현판이 건물 전면에 내걸린다.

 행사중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처음 재연되는 「궁중나례행사」. 궁중나례공연에는 방상시·하회·말뚝이(고성오광대)가면등 48개의 전래가면이 등장, 액을 쫓는 우리 가면극의 진수를 보여준다.

 광복50주년 기념행사는 8·15 전후에 절정에 이른다. 온 국민이 기념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립중앙박물관 앞 16차선 도로에 기념식 무대가 설치되며 상오10시 기념식에 이어 성대한 축제행사가 펼쳐진다.

 이때 구조선총독부 건물의 돔 구조물이 철거된다. 마치 상투처럼 돔 위에 부착된 이 구조물은 철근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졌으며, 폭 3.5, 높이 8.5, 무게 47톤 규모이다.

 행사 전에 다이아몬드 줄톱으로 절단, 보호조치를 해놓았다가 이날 행사때 4백톤급 대형 기중기(하이드로 크레인)로 끌어내릴 예정이다. 이 구조물은 목천 독립기념관에 보관된다. 

 또 박물관 건물에는 비계가 설치되고 앞 마당에서는 철거기념 설치미술전이 펼쳐진다.

 이에 앞서 8월13∼14일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제주 전주 대전 청주 춘천등 9대 도시에서 「광복길놀이」가 펼쳐지면서 전국에서 잔치분위기가 고조된다.

 또 이날 저녁에는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한국이 낳은 세계정상급 음악가 12명이 한 자리에 모이는 「세계를 빛낸 한국음악인 대향연」이 벌어진다. 이 공연에는 조수미 신영옥 장영주 정명화 정경화 정명훈씨등 세계적 음악가들이 참가한다.<서사봉 기자>

◎서울시행사/독립관 건립·멸실 유적지 기념비 설치

 서울시는 서대문구 독립공원 안에 독립관 건립공사를 시작하는등 총45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21개 기념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추진할 9개 사업(예산 36억2천여만원)중 독립관 건립에는 25억원이 투입돼 이달중 착공, 내년말까지 현대적 내부시설을 갖춘 3층의 전통한옥양식(연면적 5백45평)으로 지어진다.

 또 3·1운동때 비폭력등 3대 원칙이 발표된 서울 종로구 창신동 상춘원등 멸실된 광복유적지 11곳에 기념비와 표석을 설치하는 작업이 99년까지 이어진다.

 일제의 우리 문화예술 말살정책과 왜곡상을 파헤친 학술연구논문집 「서울의 문화예술비평문집」이 올해중 발간된다. 또 올해 1년동안 멸실·훼손된 유적지 조사가 서울시 전역에서 실시된다. 

 각 자치구도 다양한 사업을 벌인다. 도봉구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선열묘역을 순례하는 북한산 애국선열묘역순례를 3월부터 8월까지 실시하며, 성북구는 8월께 독립운동가 만해 한용운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연극 「만해일대기」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공연한다. 강동구는 내년 12월까지 강동구 길동 222 4백50여평 부지에 광복기념 조형물을 설치한 강동 광복상징광장을 조성, 시민들의 휴식처로도 활용한다.<정진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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