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취적 정당’ 내세운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 핵심은 정책

입력
2020.06.02 04:30
27면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1일 오전 비대위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1일 오전 비대위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혁신을 이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1일 공식 출범했다. 김 위원장은 당 쇄신에 대한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으나 곳곳에서 변화 의지를 드러냈다. 첫 공식 일정으로 이날 오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김 위원장은 ‘진취적으로 국가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비대위 첫 회의에서도 “진취적 정당이 되도록” 하고, “정책적으로 선도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산하 첫 위원회로 경제혁신위원회를 설치하며, ‘약자와의 동행’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보수의 가치를 표명하기 이전에 우선 국가를 위해 일하는 정당, 쓸모있는 정책 정당이라는 기본을 강조한 것이다.

비대위 체제의 출발은 극우 지지층에 매몰돼 국민 다수의 삶과 동떨어진 정치를 했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의미가 있다. ‘진취적 정당’ 표현은 김 위원장이 평소 밝힌 대로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 정당, 즉 정부와 여당에 반대하더라도 대안을 제시할 줄 아는 정책 정당을 지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최근 당내 특강에서 “진보, 보수란 말은 쓰지 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거친 비난과 발목잡기로는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지난 총선의 교훈이다. 김 위원장이 공언한 대로 3차 추경에 대해 협조하고, 코로나 사태에서 통합당이 할 역할을 선제적으로 공표하고 실행하기를 기대한다.

통합당의 쇄신과 변화는 이제 어떤 내용의 정책들로 채울 것인지에 달려 있다. 어려운 문제는 결국 보수 정당이 쇄신을 통해 어디로 가려는지, 무엇을 하려는지 그 지향점에 대해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용을 내세운다고 이념과 무관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복지 어젠다를 선점해 당선됐지만, 증세는 없다는 자충수에 빠져 방황했고 교과서 국정화 같은 퇴행과 권위주의로 민심을 잃었다. 통합당은 ‘약자와의 동행’이 ‘증세 없는 복지’처럼 눈길을 끌기 위한 슬로건인지, 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표명한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안보를 중시하면서 대북 관계는 어떻게 진전시킬 것인지, 대기업 친화적 정책을 넘어 성장과 분배를 어떻게 두루 달성할 것인지 등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 비대위 앞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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