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규제 철회 묵묵부답 日, 결자해지로 협력 단초 만들라

입력
2020.06.01 04:30
27면
일본 닛산자동차가 12월까지 영업을 끝으로 국내에서 철수한다. 2004년 한국법인을 세운 후 16년 만에 한국을 떠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일본 본사의 실적 악화와 지난해부터 이어진 일본차 불매운동으로 한국 내 판매량마저 급감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뉴스1
일본 닛산자동차가 12월까지 영업을 끝으로 국내에서 철수한다. 2004년 한국법인을 세운 후 16년 만에 한국을 떠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일본 본사의 실적 악화와 지난해부터 이어진 일본차 불매운동으로 한국 내 판매량마저 급감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뉴스1

정부가 31일까지 일본의 3개 품목 수출관리 강화, 백색국가 리스트 제외 등 일련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해결 방안을 밝히라고 했지만 일본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의 규제 철회 요구는 일본이 문제 삼은 재래식 무기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 부실 등의 문제를 관련 법규 개정과 조직 보강으로 개선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제도 개선을 인정하면서도 시행이 원활한지 지켜보겠다며 당장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경시청이 규제 품목 한국 수출을 이유로 최근 자국 중소제조업체 대표를 체포했다고 공표한 걸 보면 수출관리를 더 강화하려는 분위기마저 읽힌다.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내 반도체, 액정패널 등 관련 업체 등이 긴장했지만 대체 수입경로 개발, 정부의 국내 소재ᆞ부품ᆞ장비업체 지원 등으로 생산에 큰 차질을 빚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를 본 것은 일본 업체들이었다. 규제 품목 중 하나인 불화수소 수출 기업들은 이 영향으로 지난해 매출이 30% 정도 감소했다.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는 표면적 이유와 달리 강제징용 배상 판결 및 관련 기업 자산 압류 등 과거사 문제와 연관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출규제가 부메랑이 돼 자국 기업의 피해를 낳는데도 일본 정부는 당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일본이 해결을 차일피일 하는 한 우리 정부로서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검토 등 다음 단계 대응이 불가피하다.

한일 모두 코로나19 대응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양국이 과거사 갈등만 되풀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코로나19 대응 협력이 얼마든지 가능한데도 관련 물자 공급 등이 제한적이었던 것도 이런 감정의 골 때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한일은 해외 자국민 긴급 수송에 20건 넘게 협력한 사례가 있고, 양국 당국이 이를 “한일 협력의 좋은 사례”로 여기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 주장대로 강제징용과 무관하다면 더 늦기 전에 결자해지의 자세로 일본이 먼저 수출규제를 풀어야 마땅하다. 그런 태도 전환 없이는 ‘강제징용 해법 도출’이라는 다음 단계의 외교적 수확도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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