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상조, ‘한국형 뉴딜’에 반기? 민주당 워크숍 술렁

입력
2020.05.29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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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고영권 기자
27일 오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국판 뉴딜’ 추진 방안에 대해 다소 회의적 입장을 내비쳐 여권이 술렁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발한 경제 위기 극복 방안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국정과제에 청와대 최고위급 참모가 소극적인 자세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여당 일각의 우려도 감지됐다.

28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27일 ‘더불어민주당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한 김 정책실장은 비공개 강연에서 “한국형 뉴딜이라는 용어에 대해 고민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부의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다.

김 정책실장은 문 대통령의 주요 구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할 선도형 경제 모색 △고용보험 적용 확대 및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 △한국판 뉴딜 국가프로젝트 추진 △인간안보 중심 국제협력 선도 등을 설명했다. 이어 ‘한국판 뉴딜’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아직 한국식 모델이라는 개념이 정립이 돼 있지 않아, 대통령 말씀으로 이런 표현이 나가는 게 다소 빠른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있었다”며 “저는 사실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논지의 강연을 이어갔다고 한다. ‘한국판 뉴딜’은 비대면 산업 집중 육성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하겠다는 국가 프로젝트다.

대통령의 결정을 문제 삼는 듯한 발언에 현장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일부 참석자는 이를 ‘폭탄 발언’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김 정책실장에 대한 질타도 나왔다. 질의응답 시간에 수도권의 한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잘 모셔야 할 청와대 참모의 강연 내용으론 부적절하지 않느냐”며 “청와대가 이미 결정한 사항에 대한 사소한 내부 논의와 비하인드(뒷얘기)를 이렇게 중요한 시국에 내보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에 김 정책실장은 “죄송하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 당연히 대통령을 열심히 모실 생각”이라고 답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 정책실장의 이날 발언을 두고 분분한 얘기가 나왔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결정 과정에서 김 정책실장이 재정건전성 등을 이유로 ‘전부 지원 반대’라는 소수 의견을 낸 터라 파장이 더 컸다. 반대로 “김 정책실장이 용어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는 취지였다” “경제학자로서 ‘한국식’이라는 구분에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 “결정 과정의 이해를 높이려고 한 설명을 정색하고 볼 필요는 없다” 등의 해석도 있었다.

민주당은 김 정책실장 발언의 보안을 지키는 데 유난히 신경을 썼다. ‘한국판 뉴딜’을 두고 여권 핵심 인사끼리 충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 자체가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어서다. 본보가 연락한 일부 워크숍 참석자들은 “그 시간에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졸아서 기억에 없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들은 “원내대표단에서 각별히 ‘전체 내용 비공개’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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