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홍준표의 ‘주유천하’

입력
2020.05.27 18:00
수정
2020.05.27 18:20
26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6일 대구시 달성군에 있는 비슬산 정상인 천왕봉에 올랐다며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그는 “예부터 비슬산 기슭에서 왕이 네 사람 나온다는 전설이 있다”며 대권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6일 대구시 달성군에 있는 비슬산 정상인 천왕봉에 올랐다며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그는 “예부터 비슬산 기슭에서 왕이 네 사람 나온다는 전설이 있다”며 대권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4ㆍ15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대권 재도전 의지가 강하다. “2022년 대선 출마가 마지막 꿈”이라고 하고 “대구 수성을에 출마해 당선된 것은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말한다. 대선 후보가 절멸하다시피 한 야권에서 홍준표는 그나마 눈에 띄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여론조사에서 범 보수 주자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로 가장 높고, 홍 전 대표가 2%로 그 다음이다. 홍 전 대표는 26일 페이스북에 “왕이 4명 나온다는 전설이 있는 영남의 명산 비슬산 정상에 올랐다”고 썼다.

□ 홍준표의 대권 꿈에 가장 큰 걸림돌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다. 악연이 첩첩이 쌓여서다. 2011년 김종인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홍 전 대표 등 5명의 중진을 찍어 정치권 용퇴를 촉구했다. 그러자 홍 전 대표는 김 위원장이 동화은행 뇌물 사건으로 구속된 사실을 꺼내며 거세게 반격했다. 이번 총선이 끝난 뒤 김 위원장이 “2017년 대선주자들은 시효가 끝났다”고 하자 홍 전 대표는 다시 동화은행 사건을 언급하며 날을 세웠다. 김 위원장은 “홍준표가 대선 후보가 되면 당이 망한다”는 생각이고, 홍 전 대표는 “노욕에 찌든 부패 인사의 몰염치한 작태”라고 맞섰다. 서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셈이다.

□ 당초 통합당에 복당해 대선 행보를 하려던 홍 전 대표의 계획도 엉클어졌다. 사법연수원 동기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주호영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으면서 복당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마저 어려워졌다. 홍 전 대표는 김 비대위원장 확정 뒤 “당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세상을 한번 돌아보겠다”고 했다. 사실상 복당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임기가 끝나는 내년 4월 이후에나 복당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홍 전 대표는 총선 기간 ‘정치 버스킹’으로 톡톡히 효과를 봤다. 유권자들과 현장에서 즉문즉답하는 방식인데 대구 시민들이 자질을 인정해 줬다고 자평했다. 이를 살려 국회가 개원하면 전국을 다니며 ‘대국민 정치 버스킹’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독고다이’ 스타일인 홍준표는 나름대로 정치적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그에겐 ‘막말의 화신’이라는 곱잖은 별명이 붙어있다. 국민의 비호감도도 높다. 그의 말대로 ‘주유천하(周遊天下: 천하를 두루 다님)’하며 부족한 점부터 채우는 게 과제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