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언택트 시대, 장애인 보조공학기기의 재발견

입력
2020.05.28 04:30
25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 경제 박람회 전시관을 방문해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는 ‘고요한 택시’에 탑승해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 경제 박람회 전시관을 방문해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는 ‘고요한 택시’에 탑승해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코로나19가 우리 사회 문화를 빠르게 바꿔놓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 되면서 일상의 모든 활동이 비대면, 비접촉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사실 이런 언택트 문화는 우리 사이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셀프 카운터나 빠른 인터넷 쇼핑 및 배송 시스템은 우리나라의 뛰어난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환경을 자랑한다. 이런 기술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도 큰 역할을 했다.

장애인 고용에서도 지난해 이미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언택트 일자리가 화제가 됐었다. 청각 장애인이 운전하는 ‘고요한 택시’다. 탑승자는 태블릿 모니터에 키보드나 음성 또는 자필로 목적지나 요구 사항을 입력할 수 있고 입력한 사항들은 택시기사가 가지고 있는 태블릿 화면에 출력되어 청각 장애인 택시기사와 문제없이 소통할 수 있다.

덕분에 ‘고요한 택시’는 청각 장애인의 고용 창출을 돕는 스마트한 일자리로 큰 주목을 받았다. 현재 서울과 경기, 대전, 대구, 경주의 택시회사 10여곳에서 26명의 청각장애인 택시 기사가 승객과 활발히 소통하며 운행을 이어가고 있다.

청각 장애인들이 낯선 택시업계에서 당당하게 택시기사로 취업하고 직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태블릿PC, 응용 소프트웨어와 같은 ‘보조공학기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보조공학기기’란 장애로 인해 신체기능이 저하되거나 상실하여 직업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을 돕기 위해 개발된 기기를 말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보조공학기기 개발지원 사업을 통해 장애를 가진 근로자의 니즈를 반영한 새로운 기기를 꾸준히 개발하여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다양한 기기가 상용화되어 많은 장애인의 안정적인 직업 생활 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보조공학기기의 발전사는 매년 개최되는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이달 29일부터 30일 이틀간 양재동 aT센터에서 진행되는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는 예년과 달리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언택트(비대면) 형식으로 진행한다. 보조공학기기 박람회 공식 사이트와 유튜브 채널인 핸풋TV를 통해 박람회에 소개되는 각종 보조공학기기를 온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고, 박람회 장소를 직접 방문하지 못하더라도 가정과 직장에서도 박람회 현장을 느낄 수 있는 행사다.

보조공학기기의 기술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이 없다. 장애인이 쓰기 편한 기술은 비장애인에게도 편리한 기술이다. 청각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다자간 HD 스마트 영상전화기는 언택트 시대에 어울리는 기술이 됐고 장애 친화적인 휴대폰으로 유명한 애플사의 아이폰은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사용자 모두에게 편의성을 제공한다. 앞으로의 언택트 시대의 기술에 걸맞은 보조공학기기들이 새롭게 개발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 없는 기술로 기업과 장애인이 컨택트되는 기회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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