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뇌물죄 인정하며 집유 석방... 법조계 “앞뒤 안 맞는 봐주기 판결”

입력
2020.05.22 17:51
수정
2020.05.22 23: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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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결, 공직자 청렴성 강화 추세에 반해 논란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5개월여 만에 석방됐다. 고위공직자가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했는데도 법원이 공직사회의 청렴성 강화를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봐주기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 양형 기준 이탈 논란도 불거졌다.

22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손주철)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재직 시절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유 전 부시장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9,000만원을 선고했다. 4,221만원 추징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뇌물수수 혐의를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모두 인정된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유 전 부시장이 자산운용사 대표 등에게서 받은 책값 대납과 오피스텔 사용 대금, 항공권, 골프채 등 총 4,221만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뇌물죄는 직무 공정성을 해하고 사회적 신뢰를 훼손해 책임이 가볍지 않다”면서 “금융위 공무원이 직ㆍ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 운영자들로부터 반복적으로 뇌물을 수수해 비난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다른 뇌물 사건에서 보기 드문 낮은 형량과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논란이 빚어졌다. 유 전 부시장의 뇌물액은 대법원 양형기준상 기본 3~5년형(제3유형)이고, 감경 사유를 적용해도 2년 6월~4년형이다. 재판부는 △개별 뇌물액이 크지 않고 △사적 친분관계에서 선의로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생각했을 여지가 없지 않은 점 △초범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판단했다.

반면 법조계에선 사건 특성인 고위공직자의 상습적이고 적극적인 뇌물 요구 행태를 고려하면 이 같은 최저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서부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고위직은 권한이 많은 만큼 책임의 범위도 넓기에 더 엄하게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다”고 말했다. 공직자 스스로 금품을 먼저 요구해 받은 점은 집행유예 판단에 ‘부정적’ 기준으로 분류되는데도 집행유예를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가성을 인정해 뇌물수수라면서 한편으로는 친분 관계에서 선의로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을 유리한 양형 사정으로 감안한 건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한편 재판부는 유 전 부시장이 금융업체로부터 동생의 일자리와 고등학생 아들의 인턴십 기회를 제공 받은 혐의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선고공판 직후 유 전 부시장의 변호인은 “유죄 판단 부분에 더 규명이 필요해 항소한다”고 했다. “전형적 탐관오리”라며 징역 5년을 구형한 검찰도 즉각 항소한다고 밝혔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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