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남성 4명 중 1명 꼴 수면무호흡증, 양압호흡기로 상당 개선”

입력
2020.05.26 05: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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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주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수면 중 10초 이상 무호흡이면 병으로 진단

남성은 청장년, 여성은 폐경기 후 자주 발생

조형주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잠을 자는 동안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거나 호흡량이 50% 이상 줄어드는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기억력 저하뿐만 아니라 다양한 심혈관질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조형주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잠을 자는 동안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거나 호흡량이 50% 이상 줄어드는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기억력 저하뿐만 아니라 다양한 심혈관질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잠을 잘 때 코를 심하게 골면 공기 흐름이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차단된다. 이를 ‘수면무호흡증’이라고 한다. 성인 5명 가운데 1명은 수면무호흡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잠을 자는 동안 10초 이상 숨쉬지 않거나 호흡량이 50% 이상 줄면 위험하다. 이런 증상이 1시간에 5번 이상 생기고, 낮에 졸리거나 무호흡 증상이 시간당 15번 이상이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수면무호흡증은 고령인의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코골이ㆍ수면무호흡증 치료 전문가 조형주(47)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만났다. 조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다간 기억력 저하, 인식 능력 장애 등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고혈압, 심장 비대, 부정맥, 폐동맥고혈압 등 심혈관질환 합병증도 생길 수 있다”며 “많은 사람이 이를 단순히 코 막히고, 음주나 잘못된 수면 습관으로 생기는 단순한 증상으로 여겨 문제”라고 했다.

-수면무호흡증은 왜 생기나.

“수면무호흡증은 중추신경계 문제로 숨쉬지 못하는 중추성 수면무호흡증과 숨쉬려고 노력하지만 기도(氣道)가 막히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등으로 나뉜다. 수면클리닉을 찾는 사람의 대부분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의 가장 큰 원인은 비만이다. 살찌면 상기도 주변 근육 사이에 지방이 쌓이면서 근육 탄력이 줄고 비대해져 숨 쉬는 길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골격 구조가 작아 몸무게가 조금만 늘어도 기도가 좁아져 수면무호흡증이 생길 수 있다.

해부학적으로 아래턱이 작거나 비대칭이고 턱이 후퇴해 있으면 구강과 구인두 공간이 좁아져 수면무호흡증이 생기기 쉽다. 편도선이 비대하거나 목젖이나 연구개가 두껍고 늘어져 있어도 마찬가지다. 여성은 젊을 때 코를 잘 골지 않지만 폐경기에 호르몬 변화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잘 나타난다.”

-수면무호흡증을 알아채려면.

“충분히 잠자도 개운하지 않고 피곤하며 두통도 생긴다. 낮에 일할 때 집중하기 어렵고 졸린다. 이런 증상이 없어도 주변 사람에게서 코골이가 심하다거나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난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이 장기간 지속되면 고혈압, 부정맥, 폐동맥고혈압 등 심혈관질환, 기억력 저하, 발기부전, 성격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에는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2015년 2만8,975명에서 2019년 8만3,683명으로 최근 5년 새 연평균 72%씩 증가했다. 이는 병 인식이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2018년 7월부터 수면다원검사가 건강보험에 적용된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80.8%(6만7,633명)가 남성이었고, 이들의 51.3%(3만4,688명)가 30~49세였다. 수면무호흡증이 청장년 남성이 주로 겪는 질환임이 드러났다. 수면무호흡증을 전체 성인 남성의 25%, 전체 성인 여성의 9% 정도가 겪는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수면무호흡증을 어떻게 진단하나.

“정확히 진단하려면 수면다원검사를 해야 한다. 병원에서 하룻밤 지내면서 검사를 진행한다. 몸에 센서를 부착해 자면서 뇌파, 안구 운동, 호흡 양상, 턱ㆍ다리 근육 움직임, 흉부ㆍ복부 호흡 운동, 수면 자세 변화, 동맥 내부 산소포화도, 심전도 등을 측정한다. 시간당 평균 무호흡 발생 횟수인 ‘무호흡/저호흡지수(AHI)’가 5를 넘으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15 이상(중등도)이면 양압호흡기를 사용해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이면 깊이 자지 못해 자주 깨는 ‘수면 분절 현상’이 생겨 숙면하지 못하고 저산소증이 반복돼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 외에도 비강ㆍ구강ㆍ구인두ㆍ하인두 부위, 치아, 턱 모양 등 해부학적 이상 유무를 확인하면 정확한 병 원인을 파악해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

-진단 후 어떤 치료를 받나.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고, 금주ㆍ금연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옆으로 누워 자도록 하는 등의 행동 교정 치료를 한다. 과체중이라면 몸무게를 10%만 줄여도 무호흡증이 크게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증상이 심하면 양압호흡기 사용이나 수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코에 공기를 불어 넣는 장치인 양압호흡기는 수면 중 좁아진 상기도 안쪽을 공기 압력으로 넓혀 수면무호흡증이나 코골이를 예방한다. 매일 밤 착용하는 불편은 있지만 효과는 좋다. 양압호흡기가 건강보험 적용이 되면서 환자 본인 부담이 한 달에 2만원 정도로 크게 줄었다. 양압호흡기 사용 도중 마스크 틈으로 공기가 새거나 배에 가스가 찰 때도 있고 마스크가 닿는 주변 피부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간혹 수면무호흡증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을 때도 있어서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구강 내 상기도 확장 장치는 코를 골지 못하도록 잠잘 동안 치아에 끼워 넣는 장치다. 운동 선수가 입안에 끼우는 마우스피스와 비슷하다. 아래턱을 입 앞쪽으로 내밀도록 해 공기 통로를 넓게 확보하는 원리다. 코골이나 경도ㆍ중등도 수면무호흡증에 효과가 좋다. 하지만 장기간 구강 내 치아 부위에 착용해야 하기에 턱 관절이 불편해질 수 있다.

해부학적인 문제가 있으면 수술도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수술로 늘어진 목과 입천장을 줄여 주고 단단히 고정해 호흡 통로를 넓히는데 이때 일반적으로 편도선절제술을 병행한다. 필요 시 로봇이나 다양한 수술기구로 혀 뿌리를 부분 절개해 기도를 넓히기도 한다. 턱이 작거나 후방으로 밀려 들어가 있으면 앞으로 당기는 수술을 한다. 콧속에 문제가 있다면 비강 수술을 병행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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