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처음 아냐… 오거돈 작년엔 “소가 웃을 뉴스” 반박

입력
2020.04.23 14:21
수정
2020.04.23 19:3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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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관련 의혹 부인하며 “성희롱 척결” 주장

성폭력상담소 “오 시장 성추행은 예견된 일”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23일 성추문으로 전격 사퇴한 오거돈 부산시장은 과거 공직 내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일벌백계 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또 과거 불거졌던 자신의 성추행 의혹에는 “소도 웃을 가짜뉴스”라고 처벌 의지를 드러내는 등의 행동으로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오 시장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불법 선거자금, 미투 등 저를 둘러싼 황당한 이야기들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떠돌고 있다”며 “형사상 고발에서부터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내놨다. 보수성향 유튜브 채널인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당시 오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돈 거래가 있었단 주장과 함께 그가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오 시장은 부산시장에만 4차례 도전, 3번의 낙선 끝에 2018년 6ㆍ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그는 보수 텃밭인 부산에서 처음 탄생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광역단체장이란 역사를 쓴 인물이다.

앞서 성추행 의혹에 ‘가짜뉴스’라고 펄쩍 뛰던 오 시장은 6개월여가 지난 이날 “한 사람에게 5분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며 스스로 물러나게 됐다. 다만 이는 가세연이 지난해에 제기했던 성추행 의혹과는 별개의 사건으로 전해졌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해 10월 과거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가짜뉴스’라고 해명하면서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왼쪽)과 2018년 양 옆에 젊은 여성 노동자들을 앉게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을 받은 회식 사진. 오거돈 페이스북 캡처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해 10월 과거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가짜뉴스’라고 해명하면서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왼쪽)과 2018년 양 옆에 젊은 여성 노동자들을 앉게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을 받은 회식 사진. 오거돈 페이스북 캡처

오 시장의 자진사퇴로 과거 앞 뒤가 달랐던 그의 발언과 행적도 다시 조명 받고 있다. 오 시장은 2018년에도 회식 자리에서 양 옆에 여성 노동자들을 앉게 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비판을 받자 “잘못된 관습과 폐단을 안일하게 여기고 있었다”며 사과했다. 지난해 9월에는 부산시 산하기관 등에서 성희롱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최대한 엄벌하겠다”며 경고했고, 지난달 8일 ‘여성의 날’에는 “여성 한 명 한 명의 행복이 곧 부산의 행복”이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오 시장을 향해 곳곳에서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을 쏟아내는 이유다.

시장 사퇴의 발단이 된 오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접수 받았던 부산 성폭력상담소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예견된 일”이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피해자를 통해 성폭력 사건을 접하고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오 전 시장이 당선 후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성희롱ㆍ성폭력 전담팀 구성을 미뤘던 모습이나, 2018년 회식자리에서 여성 노동자들을 양 옆에 앉힌 일 등에서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이를 성찰하지 않는 태도는 언제든 성폭력 사건으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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