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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회 감독. 롯데 제공

승률 0.340, 팀 타율 0.250, 팀 평균자책점 4.83, 팀 실책 114개, 볼넷 허용 546개, 폭투 103개. 2019년 꼴찌로 추락한 롯데의 끔찍한 성적표다.

이쯤 되면 선수들이 독기를 품을 수 있도록 ‘지옥 훈련’으로 다스릴 법도 하지만 새 지휘봉을 잡은 허문회(48) 신임 감독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바로 ‘자율’이다. 선수 스스로 개인 사업자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가치를 키우면 이게 바로 팀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게 허 감독의 판단이다.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허 감독은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거다. 알아서 알을 깨고 나와야지, 코칭스태프가 깨줄 수 없다”며 “지금은 스스로가 야구장에 도착했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허 감독이 지난해 말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지켜본 선수들은 어딘가 모르게 위축돼 있었다. 그래서 “남의 눈치를 보지 말라”며 “자신을 위해 야구를 해야 발전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지도자답게 “고민이 있을 때는 언제든 찾아오라”고 주문했다.

허 감독은 호주 스프링캠프에서도 팀 훈련 시간을 3시간으로 줄여 선수들이 오후엔 자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했다. 단순 훈련뿐 아니라 선수들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시간도 갖고, 신설한 스포츠 사이언스팀에서 동체시력을 강화할 수 있는 ‘비전 트레이닝’을 실시하는 등 첨단 훈련 기법을 적극 추천했다. 데이터는 시즌 중에도 꾸준히 활용할 예정이며, 팀 훈련 시간은 현재도 3시간 정도면 끝난다.

허문회 감독이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롯데 제공

허 감독은 “변화가 결과를 만든다”면서 “작년에 롯데가 그런 성적을 낼지 아무도 몰랐지 않았나. 선수들이 나의 방향성을 잘 인지하고 따라오고 있어 타격, 수비, 투수 모두 다 기대된다”고 자신했다. 포수 지성준은 “처음엔 팀 훈련이 금방 끝나는 게 어색했지만 나머지 시간에 선수들이 각자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훈련을 한다”며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사직구장 운동 시설을 오래 이용할 수 없어 퇴근 후 집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며 개인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이 선수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단순하다. 그는 “야구는 기본 또 기본이 중요하다”며 “기본기가 돼 있어야 그 다음 응용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기본도 안 되는 데 응용을 하라고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데이터 활용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는데 있어서 시행착오를 줄여준다”며 “경기 중에 데이터와 감을 어떻게 결합시키느냐가 중요한데, 키움 수석코치 시절 경험이 있어 잘 활용할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허문회 감독. 롯데 제공

올해 롯데는 스토브리그의 중심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한 팀이다. 미국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 출신 성민규(38) 단장의 부임과 함께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데이터 분석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첨단 장비도 대거 구매했다. 선수 영입도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기 충분했다. 트레이드로 지성준을 한화에서 데려와 고질적인 안방 문제를 해결하고, 계약이 불발돼 1년을 통째로 쉰 투수 노경은을 다시 품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는 내야수 안치홍을 품었고, 내부 FA 전준우를 붙잡았다. 차명석 LG 단장은 구단 자체 청백전 중계를 하던 중 “롯데가 많이 강해졌다”며 “걱정이 늘었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부산 출신으로 2001~02년 롯데에 몸 담았던 허 감독은 “차 단장님의 얘기는 전날 들어 알고 있다”며 웃은 뒤 “처음엔 롯데의 감독을 맡아 개인적으로 영광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설정한 목표만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19로 멈춘) 봄에 야구를 하고 싶은 것처럼 가을에도 계속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부산=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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