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으로 내몰린 고교야구… 학생 선수 운동ㆍ입시 매뉴얼 전무

입력
2020.04.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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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2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휘문고와 강릉고의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8월 2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휘문고와 강릉고의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시즌 개막이 하염없이 미뤄지면서 학생 선수와 학부모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벌써 단체 운동 금지 한 달을 넘기면서 학생 선수들은 운동 할 방법을 찾지 못해 난감해한다. 프로야구는 야구장에 모여 청백전이라도 치르고 있지만 학교를 비롯한 공공 체육시설은 무기한 휴관 및 폐쇄 조치된 상황이어서 학생 선수들은 개인 운동조차 할 곳이 마땅치 않다. 사설 야구교실에 등록해 레슨을 받기도 하지만 형편이 되지 않는 학생들은 이마저도 어렵다. 김용국 경주고 감독은 “지하 주차장에서, 공원에서 혼자 연습하면서 영상을 찍어 보내오면 봐 주는 게 고작”이라고 했다. 김영직 휘문고 감독은 “단체 운동인 야구를 혼자서 언제까지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때문에 당장 대회가 열린다 해도 실전에 돌입할 수 있는 몸 상태와 거리가 멀다.

또 선수이기 전에 학생이기에 오는 9일부터 시작되는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부터 참여해야 한다. 성영재 광주일고 감독은 “의무 수업 참여 일수도 올해는 유예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학생 선수의 학습권 보호 차원에서 초등학생은 20일, 중학생 30일, 고등학생 40일까지만 출석인정 결석을 허용한다. 하지만 일정이 미뤄지면서 대회나 훈련이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고3 선수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초 3월 말 시작될 예정이던 주말리그 전반기부터 8월 열리는 마지막 전국대회인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까지 일정의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으니 시즌 성적을 토대로 지원하는 각 대학의 입시 요강 자체를 충족시키지 못할 위기다. 고교 감독들은 “대학 수시 전형 일정이 2주 늦춰졌지만 그래도 9월이다. 지원 기준을 완화하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를 선발하는 쪽도 마찬가지였다. 장채근 홍익대 감독은 “한시적으로 과거처럼 대학 감독 재량으로 선수 선발을 하든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백성진 LG 스카우트 팀장은 “대회가 없으니 선수를 관찰할 일도 없다”면서 “프로야구 1차 지명일도 미뤄져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교육부에 관련 공문을 보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학생 선수들의 상급학교 진학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관 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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