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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찬헌이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LG트윈스 제공

허리 부상에서 돌아온 LG 정찬헌(30)이 11개월 만의 실전 마운드에서 깔끔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정찬헌은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팀 청백전에서 선발 등판, 2이닝 동안 6명의 타자를 상대로 단 15개의 공만 던지며 사사구 없이 단 1안타만 허용했다. 정찬헌은 지난해 5월 30일 고척 키움전을 마지막으로 허리 통증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정식 경기는 아니었지만, 311일 만에 밟은 마운드였다.

정찬헌은 이날 직구 커브, 포크볼을 던지며 구위를 점검했는데 최고 구속은 142㎞를 찍었다. 부상 전부터 인정받았던 경기 운영능력도 돋보였다. 2회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를 병살타로 유도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정찬헌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재활 과정 중 한 단계라 생각하고 편하게 던졌다”라며 “적은 투구 수에 2이닝을 소화한 것은 긍정적이다. 재활 과정에서 80점까지 올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부상 전보다 팔은 조금 내려와 구속은 예전(147~148㎞)보다 줄었지만 공의 움직임이 좋아졌다. 그는 “팔을 조금 내리고 발 딛는 스탠스가 오픈되면서 움직임이 많아진 것 같다”면서 “어떻게 하면 스트라이크존에서 좀더 많이 움직이는 ‘지저분한 공’을 던질지가 요즘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라며 웃었다.

지난 시즌은 정찬헌 개인에게 매우 아쉬운 시간이었다. 2017년 61경기 8승 7패 3홀드 7세이브를 올리며 가능성을 보였고 2018년에도 다소 기복은 있었지만 27세이브(5승 3패)를 올리며 팀의 든든한 마무리로 자리 잡는 듯했다. 실제로 2019년에도 초반까지 좋았다. 부상 전까지 13경기에서 1승 1패 6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64로 좋은 구위와 경기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허리 부상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정찬헌 역시 “돌이켜 보면 많이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선배들이 왜 ‘몸에 힘을 빼고 던지라’고 주문했는지 그 의미를 알아가던 시간이었다”라며 “이젠 돌이킬 순 없는 시간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등번호도 26번에서 11번으로 바꿨다. 정찬헌은 “어릴 때부터 달고 싶었던 번호였는데 이제야 11번을 달게 됐다”면서 “지난해 어깨나 팔이 아닌 코어(척추)를 다쳤다. 중심이 흔들리지 않게 잘 잡아달라는 의미를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정찬헌의 공백기 동안 LG는 고우석(22)과 정우영(21)이라는 새로운 ‘영건’ 자원들을 발견했다. 고우석은 정찬헌 대신 마무리 투수로 낙점받아 지난 시즌 35세이브(8승2패ㆍ1.52)를 올리며 대활약했고, 정우영도 1세이브 16홀드(4승 6패ㆍ3.72)를 올리며 데뷔 첫해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정찬헌까지 정상적으로 팀에 합류한다면 LG 허리는 더욱 강화된다. 정찬헌은 “이미 재작년부터 우석이에게 ‘네가 팀의 마무리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작년에 현실이 됐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나는 구위로 압도하는 투수는 아니지만 우석이는 강하고 힘 있는 공을 가졌다”면서 “우석이는 누가 봐도 매력있는 마무리다. 기회를 잘 잡아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정찬헌은 일단 개막을 하더라도 2군에서 좀더 재활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개막 후 한달 안에 복귀”라는 목표도 잡았다. 정찬헌은 “지난해 팬들께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드렸다”면서 “올 시즌엔 재활을 거쳐 건강하게 잘 복귀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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