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위기’ 번질라… 中 사재기 조짐에 연일 자제 당부

입력
2020.04.0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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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장성 일부 지역 마트 쌀 판매대 텅 비어 

 정부 “생산ㆍ비축ㆍ공급 여력 충분” 진화 

 돼지고기 가격 폭등 전례… 불안감 속 주시 

중국 저장성 닝보의 한 대형마트 내 곡물 판매대가 3일 텅 비어 있다. 주민들이 사재기에 나선 탓이다. 웨이보 캡처
중국 저장성 닝보의 한 대형마트 내 곡물 판매대가 3일 텅 비어 있다. 주민들이 사재기에 나선 탓이다. 웨이보 캡처

중국 일부 지역에서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가 연일 자제를 당부하며 민심을 추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식량 수출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어난 데 따른 동요다. 정부가 재빨리 수습에 나서면서 당장은 들썩이던 민심이 가라앉은 듯하지만,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가격 폭등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여전한 불안감 속에 상황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3개월치 쌀을 미리 사놓자”는 등 식량을 비축해둬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3일 인터넷에는 저장성 닝보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쇼핑카트에 쌀포대를 잔뜩 실은 사진과 곡물 판매대가 텅 비어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항저우에서는 “1인당 쌀을 250㎏씩 구매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다양한 요인이 중국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쌀 수출 세계 1~3위인 인도ㆍ태국ㆍ베트남이 모두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제 쌀 가격은 최근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4~5월에 글로벌 식량 공급망 붕괴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밤나방과 메뚜기 등 병충해로 올해 중국의 식량 생산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장원훙(張文宏) 푸단대 화산병원 감염과 주임은 “중국 내 감염이 10월쯤 2차 폭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곧바로 수습에 나섰다. 농업농촌부는 5일 “국내 식량 생산량이 충분하고 재고도 넉넉한데다 무엇보다 가격이 안정돼 있어 사재기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농업부는 특히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곡물 생산이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6억5,000만톤을 넘어섰고 △올해 전 국민이 소비할 쌀과 밀을 이미 비축했고 △상당수 도시에선 한 달 소비량을 언제든 시장에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상무부도 “지난해 곡물 수요는 2억톤인데 국내 보유량은 2억8,000만톤이어서 수요를 완전히 충족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 중국의 곡물 수입량은 전체 소비량의 2% 정도여서 국제 곡물가격 상승의 영향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ASF 확산 당시 “돼지고기 수급에 문제가 없다”던 정부 발표와 달리 두 배 넘는 가격 폭등을 경험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코로나19의 피해가 심한 후베이ㆍ광둥ㆍ저장 등 5개 지역의 곡물 생산량이 중국 전체의 20%나 된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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