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성 은평성모병원 영성부원장 “사회적 거리두기 계속해야… 지금 ‘코로나 블루’ 느낄 새도 없어”

입력
2020.04.03 14:00
수정
2020.04.03 21:03
25면

사회적 거리두기의 근간은 ‘배려’…힘들어도 실천

“종교계 이기주의 버리고 사회적 노력 동참”

3일 은평성모병원에서 만난 천만성 사도요한 신부(은평성모병원 영성부원장)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근간은 나와 남을 위한 배려"라며 "지금은 코로나 블루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평성모병원 제공
3일 은평성모병원에서 만난 천만성 사도요한 신부(은평성모병원 영성부원장)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근간은 나와 남을 위한 배려"라며 "지금은 코로나 블루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평성모병원 제공

지난 2월 서울 은평구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에 위기가 닥쳤다. 환자 이송직원과 입원환자, 간병인 등이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병원은 문을 닫아야 했다. 응급실이 폐쇄되는 과정에서는 한 확진자가 ‘이 병원에 입원한 후배 병문안 뒤 신종 코로나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관리 허술로 다수의 감염자를 발생시킨 병원’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폐쇄 17일 만이던 지난달 9일 병원 진료를 재개, 지역사회 건강 파수꾼으로 다시 자리매김한 은평성모병원을 3일 찾았다.

천만성 부원장은 “신종 코로나 발생 병원에서 ‘국민안심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의료진을 비롯한 병원 모든 구성원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직원들에게 ‘코로나 블루’는 사치일 정도로 이 순간에도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병원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이 병원이 17일 만에 진료를 재개할 수 있었던 것은 원내서 확진 환자와 접촉했던 환자와 보호자, 간병인, 의료진, 지원인력 등 2,700여명에 대해 5일 동안 밤낮으로 이뤄진 진단검사 덕분이다. 모두 음성(바이러스 미검출) 판정이 나왔다. 천 부원장은 병원이 다시 문을 열기까지 의료진과 구성원들, 환자와 보호자를 다독이며 버팀목 역할을 했던 인물. 그는 병원에서 영적 돌봄을 책임지고 있는 영성부원장직을 맡고 있다.

‘2주면 끝날 것’이라는 희망으로 시작한 ‘사회적 거리두기’였지만, 그 끝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곳곳에서 심리적 우울감,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천 부원장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안하지만 우리(은평성모병원)처럼 신종 코로나를 경험한 이들은 코로나 블루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17일간 병원이 폐쇄되는 아픔을 겪고 나니 일상에 대한 그리움과 피로보다는 사태 종식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음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피로감이 쌓여가고 있지만 여전히 종식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전문가들의 주문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미다.

천 부원장은 또 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행함에 있어 그 기본은 ‘배려’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본은 나와 타인을 모두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이 배려하는 마음이 흔들리면 모두가 불행해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국내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서고 수백 명이 병상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정도로 위협적인 바이러스지만,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판단. 그는 “공포는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할 수 없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며 “우리는 이미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만큼 지나친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시간들을 경험한 그는 위기 극복을 위해서 종교계의 자성도 필요하다고 봤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등 일부 종교집단에서 신종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배경에는 종교계의 이기주의가 있습니다. 종교가 비난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종교만을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한 이기적인 행태 때문입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종교계가 화합하고 더불어 살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종교가 사회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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