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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포항 북구 한동대에 길고양이에 밥을 주지 말라며 붙인 경고문(왼쪽)과 스프레이 문구. 카라 제공

지난해 8월부터 포항 북구 한동대에서 총 일곱 마리의 길고양이가 발이 잘리거나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2일 동물단체와 누리꾼들이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아직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은 가운데 동물단체와 누리꾼들은 교내에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 하나 없고 폐쇄회로(CC)TV가 제대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날 동물권행동 단체 카라에 따르면 지난달 9일 한동대 내에서 6m 나무에 철사에 묶인 채 매달려 있는 고양이 사체에 이어 15일 교내 한 가운데서도 초록색 매듭줄과 함께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는 등 교내 고양이 살해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26일에는 교내 컨테이너 창고 벽에는 범인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 먹이 주지마시오’라는 스프레이 글씨와 경고문도 발견됐다. 15일 포항 시내에서도 앞서 교내에서 발견된 고양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건물 골목 담벼락에 철사에 묶인 채 죽은 고양이 매달린 채 발견되면서 고양이를 돌보는 ‘캣맘’과 학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동대 고양이 학대사건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5일 불법으로 설치된 덫에 걸린 고양이가 처음 발견된 데 이어 같은 달 28일과 31일 덫에 걸려 앞발이 절단된 고양이들이 연이어 발견됐다. 길고양이 살해뿐 아니라 한동대 교내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인 ‘한동냥’을 향한 협박도 시작됐다. 범인은 3월 중순부터 한동냥의 모든 돌봄 활동 중단을 요구하는 경고문을 남기기 시작하고 길고양이 돌봄 물품들을 훼손시켰다. 해당 경고문에서는 한동냥을 ‘캣맘충’이라고 지칭하며 ‘만약 위 사항들이 이행되지 않을 시에 피해는 고양이에게 돌아감’이라고 추가 학대를 예고하기도 했다.

깨져나간 유리 창문 조각, 버려진 살림살이들이 어지럽게 뒤섞인 폐허 사이로 길고양이 한마리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다. 사진은 사건과 관계없음.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학대사건은 잠잠해지는 듯 했지만 지난 2월 중순부터 다시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카라와 한동냥에 따르면 교내 일곱 마리, 도내 한 마리 등 지금까지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학대에 희생된 고양이만 총 여덟 마리에 달한다.

문제는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학교 내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교내 CCTV가 화질이 낮고, 사각지대가 많아 범인 검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는 사이 범행 수법은 덫을 놓는 것에서 독극물을 사용하거나 철사를 사용하는 등 더욱 잔인해 지고 있다.

조현정 카라 활동가는 “동물학대와 협박이 학내에서 장기간 계속되며 추가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현수막이나 경고문도 없고, CCTV도 개선되지 않는 등 학교 측의 대응이 너무 안일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동냥 관계자는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학교측의 적극적인 협력과 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특히 교내 부족한 CCTV를 설치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라 측은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포항북부경찰서 형사팀에도 날로 잔혹해지고 있는 범죄 목격자를 찾는 등 적극적인 수사를 요구했다.

누리꾼들도 사건을 온라인에 공유하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누리꾼들은“학교와 경찰 측에서 사건을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좋겠다. 꼭 범인이 잡히길 바란다.”(rjh****),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니 속상하다. 범인이 잡히도록 글을 널리 공유해달라.”(ali****) 등 학교와 경찰의 적극적 대처를 촉구했다.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에 의거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 동물로서 현행법상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불법 덫을 설치한 경우에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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