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1호, 이렇게 잘 해내리라 생각 못 했죠”

입력
2020.04.03 01: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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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리안위성1호, 3,288일만에 기상관측 임무 종료 

 개발부터 함께 한 김도형 국가기상위성센터 연구관 인터뷰 

국가기상위성센터 김도형 연구관.
국가기상위성센터 김도형 연구관.

지난 1일 오전8시 59분, 국내 첫 통신해양기상위성인 천리안 위성1호(위성1호)의 기상관측 임무가 마침내 종료됐다. 위성1호는 2011년 4월 1일부터 해양관측, 기상관측, 통신서비스 임무를 수행한 국내 최초의 정지궤도 복합위성. 이 가운데 기상관측 임무를 ‘천리안위성2A호’에 넘겨주면서 북반구의 하늘을 살피며 기상정보를 전해온 ‘우주의 눈’은 3,288일만에 감겼다.

2007년 위성1호 개발 단계부터 참여한 김도형 국가기상위성센터(위성센터) 연구관은 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위성발사가 성공해 모든 직원이 기뻐하던 순간이 엊그제 같다”며 회상했다. 기상관측위성은 태풍과 집중호우 등의 전주기적 추적, 육상 및 해상의 안개탐지, 황사 발원지 감시ㆍ이동ㆍ추적 등 기상변화를 실시간으로 전달해, 위험을 조기에 대응하고 예보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성1호를 쏘아 올리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일본의 위성 데이터를 30분에 한번씩 받아 사용했다. 하지만 위성1호가 관측을 시작한 후부턴 15분에 한 번씩 결과를 직접 받아보게 됐다. 김 연구관은 “관측 시간 간격이 짧아질수록 예보에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위성1호는 일평균 785장의 기상관측 영상을 생산, 국내외 22개 주요기관에 실시간으로 제공했다. 우리 기술의 쾌거였다.

위성1호는 2010년 6월 27일 남아메리카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 센터에서 발사됐다. 당시 발사 시도가 세 차례나 중단될 정도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 연구관은 “한번은 카운트다운을 하다가 16초를 남기고 발사체 압력저하 문제로 발사가 중단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상공에서 제 위치를 잡는 일도 쉽지 않았다. 지구 적도 상공 3만6,000㎞ 고도와 동경 128.2도가 위성1호의 자리였지만 다른 위성과 부딪칠 위험이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 러시아 위성이 자기 궤도를 찾지 못하고 위성1호 근처로 접근, 급히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궤도를 조정해야 했습니다. 지구 반지름(6,400㎞)의 6배나 되는 고도에서 1㎞ 거리마다 관측하기 때문에 아주 조금만 삐뚤어져도 관측 위치를 놓칠 위험이 있어 진땀을 뺐습니다.”

궤도에 안착한 위성1호는 시험 운영기간 중 하루 2분 간격으로 우리나라로 오는 태풍 경로를 촬영했다. 김 연구관은 “상층 바람은 굉장히 빠르게 지나가고 아래층 구름은 천천히 지나가는, 지금까지 받아본 적 없는 입체적인 영상을 얻었을 때 연구관들 모두 뛸 듯이 기뻐했다”고 소회했다.

위성1호는 예정수명 7년을 훌쩍 넘겨 9년을 일했다. 더욱이 기상관측 임무는 종료됐지만 해양관측과 통신업무는 1년 정도 더 이어질 예정이다. 일본 위성이 5년만 운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2배의 성능을 보인 셈이다. 김 연구관은 “항우연에서 운영을 잘한데다 연료소모도 적었고, 생각보다 위성 성능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이렇게 정지궤도 위성을 오래 사용한 경우는 없어서 참 기특하다”고 치켜세웠다.

위성1호는 김 연구관을 비롯해 위성센터 모든 직원들에게 축복이자 자랑이다. 위성1호가 쏘아 올려진 뒤 위성센터는 기존 기상청 소속 작은 조직에서 2009년 독립 센터로 위상이 높아졌다. 그만큼 위성1호의 기상관측 업무 은퇴는 남다르다. 김 연구관은 “위성센터는 위성1호에 대한 백서를 만들어 기념하기로 했다”며 “올 하반기 나올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천리안위성1호. 국가기상위성센터 제공
천리안위성1호. 국가기상위성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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