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플랫폼 사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까

미성년자를 포함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뒤 유포한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에서 거래가 이뤄졌죠. 카카오톡 등 일반적인 메신저보다 보안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뿐일까요? 텔레그램보다 보안성이 강화된 메신저 ‘디스코드’ ‘위커’ ‘와이어’ 등에서 성착취물을 유통하는 ‘제2의 n번방’이 수두룩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난해 12월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를 시작한 단체 ‘리셋’은 “18일 오후 기준 게임 전용 메신저 디스코드 내 디지털 성범죄 서버(대화방)는 112개에 달한다”고 지난 20일 주장했어요. 또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후계자로 알려진 닉네임 ‘태평양’은 위커와 와이어에서 주로 활동했죠.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최대 1만명 이상이 가입한 대화방 ‘태영양 원정대’를 운영해왔습니다. 태평양은 불과 16살 고등학생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안겼죠.

텔레그램의 ‘n번방’이 발각된 후 이용자들이 디스코드 등 다른 메신저로 옮겨가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어요. 해외에 서버가 있어 추적이 어려운 또 다른 메신지로 ‘텔렉시트’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이에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와 법안 마련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민주당은 백혜련 의원의 대표발의로 ‘n번방 재발금지 3법’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했어요. 해당 법안은 불법촬영물을 통한 협박행위를 형법상 특수협박으로 규정하고, 이를 내려 받는 행위와 유통을 방치한 플랫폼 사업자도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요.

그러나 플랫폼 사업자의 의무를 강화하는 것은 물리적인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의 김가연 변호사는 “모니터링 의무를 강화하는 것은 기술적 한계가 있고,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보다 플랫폼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상황별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안전한 온라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시민단체 ‘깨톡’의 한 관계자는 “현실세계에선 성범죄자들이 미성년자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법적 장치가 많은데, 인터넷 플랫폼은 거의 없다”며 “플랫폼 내 안내요원과 같은 윤리규정, 제재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예지 인턴PDㆍ김창선 PD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