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도 소중한 생명” 한 겨울 파출소 앞 버려진 기니피그 5형제

입력
2020.03.22 14:36
수정
2020.03.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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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225. 3개월 수컷 기운, 내라, 뽀짝, 피그, 홧팅

기니피그 기운. 동물자유연대 제공
기니피그 기운. 동물자유연대 제공

개나 고양이를 기르고 싶지만 시간과 비용 등의 부담으로 포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신 햄스터나 기니피그, 토끼 등 작은 동물을 길러볼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입양비도 저렴하고, 크기도 작아 기르기 쉬울 것 같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덩치가 작다고 기르기도 수월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오히려 정보가 더 부족해 키우기가 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그래서인지 작은 동물들을 유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22일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지난 1월 날씨가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 아침 한 파출소 앞에 기니피그 스물 한 마리가 담긴 상자가 발견됐습니다. 이미 세 마리는 죽은 뒤였고, 열 여덟 마리가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면서 살아남았는데요. 기니피그를 사랑하는 모임(기사모)과 동물자유연대가 공동으로 구조했고, 이 가운데 열 한 마리는 기사모가 일곱 마리는 동물자유연대가 새 가족을 찾아주기로 했습니다.

한 파출소 앞에 버려졌을 당시 기니피그. 동물자유연대 제공
한 파출소 앞에 버려졌을 당시 기니피그. 동물자유연대 제공

구조 당시 기니피그들은 너무 말라서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였고, 기니피그 평균 체중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버려지기 전부터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활동가들은 추측하고 있습니다.

검사를 마친 후 일곱 마리의 기니피그들은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 온(ON)에 입소해 돌봄을 받았습니다. 건초와 채소를 먹고 금세 토실토실해지면서 다행히 건강을 되찾았다고 하는데요. 이 중 두 마리는 새 가족을 찾았고, 이제 다섯 마리 형제 기운, 내라, 뽀짝, 피그, 홧팅(수컷ㆍ3개월)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섯 마리 모두 호기심이 많고 숨숨집(동물이 숨듯이 들어갈 수 있는 집)에 들어가 있기를 좋아합니다. 큰 소리는 무서워한다고 해요. 신기하게 맛있는 채소를 많이 주는 한 활동가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인사를 건네면 “삐융삐융”거리며 대답을 한다고 하네요.

기니피그 내라. 동물자유연대 제공
기니피그 내라. 동물자유연대 제공

다섯 마리 모두 건강하지만 홧팅이는 구조 당시 오른쪽 눈에 결막염이 발견돼 아침저녁으로 안약을 넣어줘야 하지만 당근을 주면 치료를 잘 받는다고 합니다.

기니피그의 수명은 8~10년 정도로 넓은 사육 공간과 은신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건초를 주식으로 먹지만 채소와 사료를 통해 비타민도 공급받아야 하고요. 겁이 많은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과의 친밀감을 갖기 까지는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1년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요. 사회성이 강한 동물이라 한 마리만 놔두면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고 합니다. 스웨덴에서는 기니피그를 한 마리만 입양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해요. 때문에 중성화 한 암수나 암컷끼리, 수컷끼리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합니다.

기니피그 뽀짝. 동물자유연대 제공
기니피그 뽀짝. 동물자유연대 제공

조은희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마트나 펫숍에서 쉽게 데려올 수 있다고 해서 덩치가 작다고 해서 기르기 쉬운 것은 아니다”며 “모든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에는 시간과 노력이 따른다”고 말합니다. 기니피그 오형제가 기니피그의 습성을 이해하고 끝까지 함께 할 가족을 기다립니다.

기니피그 피그. 동물자유연대 제공
기니피그 피그. 동물자유연대 제공

※기니피그의 먹이와 건강 관리

1. 건초는 항상 있어야

기니피그는 항상 뜯어 먹을 수 있는 건초가 있어야 합니다. 건초가 부족할 경우소화기관이 망가질 수 있고 이는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건초 공급 시 건초에 눈이 찔리지 않도록 그릇에 건초를 눌러 담아 풀의 날카로운 끝이 위를 향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기니피그 홧팅. 동물자유연대 제공
기니피그 홧팅. 동물자유연대 제공

2. 신선한 채소 공급해야

기니피그가 매일 먹는 음식의 20%정도는 초록 야채가 포함될 수 있도록 신경 을 써야 합니다. 기니피그에게 좋은 채소는 샐러리, 당근, 오이, 파슬리, 케일 등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소화기관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적정량을 급여해주어야 하고요. 사과 등 과일은 산도가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소량씩 가끔 주는 게 좋다고 합니다.

3. 공간은 넓을수록, 사람과 함께 해야

기니피그의 공간은 넓을 수록 좋습니다. 기니피그는 달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기니피그와 합사할 때도 공간이 넓을 수록 합사 성공률이 높다고 해요. 기니피그 개체들이 서로 싸우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며 유심히 관찰하고 싸울 경우 즉시 분리해줘야 합니다.

집 위치는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에 두어야 합니다. 가족을 많이 만날수록 가족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사회화를 위해 매일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내주어야 합니다. 도움말: 동물자유연대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입양문의: 동물자유연대 https://www.animals.or.kr/center/adopt/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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