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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한국말이 있다. 말의 쓰임이 사전의 뜻과 전혀 다르다는 ‘미운 정, 시원하다, 우리 마누라’가 그것이다.

미움은 부정적인 감정인데, 긍정적인 ‘정’과 어떻게 같이 쓰일 수 있는지, 두 말이 합쳐진 ‘미운 정’은 결과적으로 나쁜 감정인지 좋은 감정인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한다. 물론 한국 사람이라면 그들이 공동 생활을 하면서 불편한 일이 있었고, 지금 두 사람은 무척 가까워진 관계라는 점을 안다. 뜨거운 국을 넘기며, 때론 뜨거운 물속에서 혼잣말처럼 하는 ‘시원하다’는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이라면 귀를 의심할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우리 마누라’는 사전의 뜻 그대로 해석하면 엽기적이다. 더구나 그 말은 남자들이 즐겁게 대화하면서 툭툭 던지는 것이니만큼, 한국 사회가 일처다부제라는 오해를 받을 만도 하지 않은가?

하긴 한국 사람들은 논리적이지 않은 말을 많이 쓴다. ‘문 닫고 들어와!’는 추운 날씨에 문턱을 넘어오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밥 먹고 나갈게’와 같은 구조지만, 문을 먼저 닫으면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시간 순서대로 해석할 수 없다. ‘비 오고 추운 날씨에는 따뜻한 방바닥에 배 깔고 천장 쳐다보며 누워 있는 게 최고다’라는 말도 종종 들었지만, 사실 배를 깔고서 동시에 천장을 볼 수는 없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말이 안 되지만, 되묻는 이는 없어 보인다. 우리는 혼자 살아도 우리 집, 형제가 없어도 우리 엄마라고 한다. 한 울타리의 ‘울’에서 우리의 어원을 찾는 이들도 있다. 어원까지 갈 것 없이, 말이 안 되어도 말을 알아듣는 사람들, 그래서 오늘도 우리말을 함께 톺아보는 사람들, 그들이 곧 우리가 아니겠는가?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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