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심상정과 연동형 선거법의 비애

입력
2020.03.18 04:30
27면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속에 표결 되어 가결을 선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속에 표결 되어 가결을 선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4ㆍ15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유권자들의 투표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뭐가 있을까? 여러 요인 중 하나를 꼽자면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과 ‘비례전용 연합정당’논쟁이 아닐까? 왜냐하면, 이로 인해 다당제를 목표로 ‘연동형 선거법’을 추진했던 범여권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과 정의당의 감정 대립은 이전투구로까지 번지고 있어 유권자들은 당혹스럽다.

지난 2월 26일 이인영 원내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 등 민주당 핵심 5인은 회합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한 비례민주당 창당을 논의하였다. 여기서 이인영 원내대표는 범여 군소야당과 연대하는 문제에 대해 “심상정과 연대는 안 된다. 정의당이나 민생당이랑 같이하는 순간 ‘똥물’에서 뒹구는 것”이란 말을 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에 맞서 3월 1일 심상정 대표는 “근본적으로 비례민주당이든, 비례연합정당이든 꼼수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민주당이 원래 1당을 뺏기면 대통령이 탄핵당할 수 있다는 생각은 민주당의 연이은 실책에 따른 초조함과 불안감의 반영일 뿐”이라면서 “정말 탄핵 위기가 온다면 민주당이 과반을 가진다 해도 막을 수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리고 3일 심 대표는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위헌적인 위성정당의 배에는 몸을 실을 수 없다”고 거듭 밝혔다. 또 8일 그는 “범진보개혁 세력의 승리를 위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적을 이기고자 적을 닮아가는 내로남불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거듭된 심 대표의 ‘비례연합정당’ 비판과 불참에 대한 민주당의 불만은 송영길 의원으로부터 터져 나왔다. 송영길 의원은 10일 비례전용 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논의하는 민주당 의총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향해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으며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그의 비난은 의총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전해졌다. 송 의원은 “오늘의 난국을 초래한 데에는 민주당의 책임도 크지만 정의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그는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민심 그대로 선거법 개정’이라는 주장으로 이를 관철시켰지만, 오히려 상황은 국정농단 세력의 역전극으로 전락할 위험에 빠져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100% 독일식 연동제를 했어도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출현을 막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은 보수 반동을 불러온 ‘심상정의 부실상정’에 대해 어떠한 반성이나 사과도 없었다”며 “오로지 자신들 당의 의석수 늘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질타했다.

송영길 의원의 질타에 심상정 대표의 마음은 어떨까? 인간적 비애를 넘어 참담할 것이다. 정말 어쩌다가 연동형 선거법은 누더기와 밥그릇 지키기에 더해서 비례위성정당과 탄핵을 막자는 명분으로 비례연합정당까지 허용했을까? 어쩌다가 연동형 선거법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각각 따로 내는 ‘따로 정당’의 출현을 허용했을까?

이에 대해 의견이 많지만, 그 핵심적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던 측면이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독일과 다른 나라의 정치 풍토에서는 ‘정당간 담합’과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연동형 비례제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기에 신중한 판단을 주문했었다. 둘째는 연동형 선거법이 공수처법 처리를 위한 수단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선거법 여야 합의 처리 관행을 깨도록 한 측면이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열린 자성의 자세가 필요하다. 다당제를 주장했던 사람들이 탄핵에 맞서 비례연합정당을 창당한다는 것은 양당제와 진영논리로 돌아가야 함을 자인한 것은 아닐까? ‘분단 속 대통령제와 친화적인 양당제’에 부합하지 않는 연동형 선거법을 무리하게 강행한 실수를 사과하고, 21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원상 복귀한다는 공약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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