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우연을 가장한 만남… “나는 신천지의 늪에서 허덕였다”

입력
2020.03.16 20:27
수정
2020.04.0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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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출신’ 김강림 전도사가 말하는 신천지에 빠지는 이유

잡지사 인터뷰 응했다가 성경공부… 이단 상담 이후 탈출

“사람들이 신천지에 왜 빠질까요? 신천지는 일반적인 전도법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신천지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전도하거든요.”

최근 한 교회에서 진행된 주일 예배 영상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출신의 전도사가 신천지에 빠지는 이유를 설명한 1시간 분량의 강의인데요. 16일 오후 4시 기준 조회수 909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그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죠.

대학생 시절 약 7개월간 신천지에 빠졌다가 가족의 도움으로 탈출한 김강림(28) 구리초대교회 전도사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현재 신천지 전문 구리이단상담소에서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을 상담하고 구제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신천지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떠오르면서 김 전도사도 업무가 부쩍 늘었다네요. 그에게 신천지에 빠지게 된 정황과 탈출 과정을 들어봤습니다.

신학생이던 김 전도사는 2015년 우연히 한 잡지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청년들의 연애관을 다룬 인터뷰에서 그는 같은 또래 대학생을 만났다는데요. 그 친구의 소개로 한 교수를 만났고, 이 교수가 또 다른 친구를 소개해주면서 성경 공부를 하는 모임이 만들어졌죠. 그러나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었는데요. 사실 모두 “잘 짜여진 역할극”이었다고 합니다.

김 전도사는 “신천지 용어로 교수는 ‘복음 방’ 교사, 교수가 부른 친구는 ‘잎사귀’, 전도 대상자인 나는 ‘열매’라고 한다”며 “잎사귀는 열매가 경쟁심을 느껴서 더 열심히 공부하게 하고, 열매가 의심을 하면 이를 다독이며, 열매의 모든 말과 행동을 교사에게 보고한다”고 설명했어요.

김 전도사에 따르면 신천지 교육센터는 7개월 교육과정으로 운영됩니다. 교육 3개월이 될 때까지 신천지라는 정체성도 철저히 숨긴다고 해요. 그는 “신천지는 성경을 암호로 해석한다”며 “새는 영, 나무는 사람, 씨는 말씀으로 해석하고 일종의 공식으로 외우는 식”이라고 설명했어요. 성경을 그들만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숨겨진 비밀을 알아내는 과정”을 통해 신천지의 최종교리 ‘신인합일’(육체영생)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죠.

이어 그는 “일단 거기(성경 공부)에 빠지면 교리적 재미를 느끼면서 중독이 되고 만다”며 “신천지 공식을 요한계시록 단어들에 대입해보면 놀랄 만한 스토리가 펼쳐지면서 이만희 교주가 딱 등장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김 전도사는 어떻게 신천지를 탈출했을까요. 부모님이 사실을 알고 나서 3개월간 탈퇴한 청년들을 만나며 준비를 한 후 이단 상담사에게 상담을 받도록 김 전도사를 설득했다네요. 상담 이틀 만에 그는 “인생의 방향이 변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신천지 안에는 김 전도사와 같은 젊은 신도들이 많다죠. 전국을 발칵 뒤집은 신천지 감염 사태, 이번 일을 계기로 이단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요.

김용식 PD yskit@hankookilbo.com

김동현ㆍ전효정 인턴 PD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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