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파인더] 개성공단 문 열면 KF94 마스크 부족 해결될까?

입력
2020.03.12 16:45
수정
2020.03.12 17:24
11면
구독

개성공단 기업인ㆍ與 “개성공단 재개” 주장

하루 3만장 생산 가능하나 제재ㆍ北 호응 등 난제 많아

2013년 10월 30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국회의원들이 북측 근로자의 작업현장을 살피고 있다.한국일보 자료사진
2013년 10월 30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국회의원들이 북측 근로자의 작업현장을 살피고 있다.한국일보 자료사진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면 마스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심화되자 정치권과 기업인을 중심으로 ‘개성공단 재가동’ 카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12일 개성공단기업인협회 등에 따르면 2016년 2월 폐쇄 전 개성공단에는 보건용 마스크 생산업체 1곳, 면 마스크 생산이 가능한 의류봉제업체 73곳 등이 있었다. 기업인들은 공장 재가동 시 보건용 마스크 월 100만장, 면 마스크는 1일 1,000만장까지 생산이 가능하다고 본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와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스크 부족 사태를 해결할 대안”이라며 개성공단 재가동을 주장했다.

하지만 개성공단 문을 다시 열어도 수요가 많은 KF94 보건용 마스크 대량 생산은 어려운 상황이다. 보건용 마스크 생산이 가능한 A사가 개성공단에 보유한 기계로는 하루 3만~4만장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국내 보건용 마스크 생산량이 1일 1,000만장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물량이다. 대량 생산 설비와 업체를 늘리려 해도 보건용 마스크는 의약외품이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생산 허가를 받는 데만 1~2개월이 걸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보건용 마스크가 아니어도 봉제공장들이 정전기 필터를 부착한 이중 면마스크를 1일 1,000만장씩 생산해 마스크 수요 부족에 대응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는 북측 근로자 3만5,000명이 모두 일하는 상황을 가정한 추론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중단 이후 4년 넘게 방치돼 있어 기계가 가동 가능한 상황일지도 알 수 없다”며 “재정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원식(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마스크 생산을 위한 개성공단 재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우원식(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마스크 생산을 위한 개성공단 재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가장 높은 장벽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 등의 대북 제재다.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가 이어지면서 2016년부터 섬유ㆍ기계류ㆍ전자 기기도 제재 사항으로 지정됐다. 마스크 생산에 필요한 필터, 부직포 등의 원자재를 개성으로 반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도 낮다.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경을 폐쇄하고 외국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1월 30일부터는 남북 연락채널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도 중단했을 정도다. 개성공단을 열자고 해도 남북 인력 간 밀접접촉을 북측이 꺼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주장은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재개를 바라는 호소로 봐야 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개성공단 재가동은 제재 해제가 선결 과제인데, 현재의 북미관계에서 풀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개성공단에 대한 국내 관심을 환기시킨 것은 긍정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은 제안”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