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셔스 격리 신혼부부들 귀국 “쥐와 뱀이 나오는 숙소, 수건은 이틀간 2명이서 1장씩”

입력
2020.02.26 18:18
수정
2020.02.26 19:03
구독

아프리카 모리셔스에서 입국을 거부 당한 한국인 신혼부부들이 현지의 한 장소에 억류되고 있다. 독자 제공
아프리카 모리셔스에서 입국을 거부 당한 한국인 신혼부부들이 현지의 한 장소에 억류되고 있다. 독자 제공

“수련원 비슷한 곳에서 2박을 했는데 신혼부부당 수건 1장을 줬다. 8명이서 한방에 자는데 선풍기 4대가 다였다. 식사도 교민들이 라면을 끓여줘서 먹었다.”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입국이 제한돼 현지 시설에 격리됐던 한국인 신혼부부들이 두바이를 거쳐 26일 오전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들은 해외에서 겪은 고초를 생생하게 털어놓았다.

오후 4시 50분 에미레이트항공 EK322편으로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들어온 유모(41)씨 부부는 “한국인 신혼부부 34명 중에 증상이 있는 4명은 병원으로, 나머지 30명은 수련원 비슷한 곳으로 보내졌다”며 “30명은 각각 16명과 14명씩 건물 2개동에 격리됐는데 시설이 열악했다”고 치를 떨었다. 부부는 “16명은 다시 8명씩 쪼개져 2개 방을 썼는데, 냉방장치는 선풍기 4대가 다였고 화장실과 샤워실 모두 공용이었다”며 “2박을 했는데, 대사관에서 해준 게 없었다”고 말했다.

김모(33)씨 부부도 “숙소에서 모기에 많이 물렸는데, 다른 사람 얘기로는 쥐나 도마뱀도 나왔다고 한다”며 “낮에는 더워서 방에 못 있고 밖에 나가 그늘진 곳에서 지내야 할 정도로 숙소가 불편했다”고 전했다. 이들 부부는 “모리셔스 당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수가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나라니 이해해달라고 했다”며 “공항에서 금방 풀려날 줄 알았는데 6시간을 대기하다가 결국 격리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부는 “여권을 빼앗더니 여행을 진행하려면 14일간 격리해야 한다고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더라”라며 “리조트에서 7박을 계획했는데 가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KE952편으로 먼저 귀국한 2쌍 가운데 한쌍은 “모리셔스 공항에 도착해 출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있는데, 한국인은 따로 나오라 하더니 여권을 가져갔다”며 “2, 3시간이 지나서 병원에 격리됐는데, 우리 동의없이 귀국 항공편 일정도 변경했다”고 말했다.

모리셔스 정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주마다가스카르 한국대사관(모리셔스 겸임)에 신종 코로나와 관련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대사관 측은 모리셔스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으나 예고없는 입국 금지 조치로 한국인 신혼부부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설에 격리됐던 이들 외에도 많은 신혼부부들이 모리셔스 정부 입국 제한 조치로 인해 모리셔스나 두바이에서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이날 오전 귀국한 김모(34)씨 부부는 “월요일 오전 두바이에서 모리셔스로 가기 전에 다른 신혼부부들과 함께 여러 곳에 문의했으나 ‘입국 금지는 결정된 게 없고 체온 측정 정도 할 것이니 개별적으로 취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했다”며 “정작 모리셔스 공항에 도착하니 입국이 안 된다고 해서 5시간을 공항에서 대기하다 귀국했다”고 말했다.

오후 귀국한 박모(31)씨 부부는 “어제 두바이에서 모리셔스에 입국할 수 없다는 연락을 여행사로부터 받았다”며 “결국 1박만 하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영종도=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