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19일 오후 대구시 중구 경북대 병원에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긴급 이송됐다. 연합뉴스

‘지역사회 전면 확산’의 초기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예의주시하던 정부도 고민 끝에 위기대응 단계를 최고수준인 ‘심각’으로 올렸다. 정부의 발표대로 향후 4주가 코로나19 대응의 분수령이 될 것 같다. 전국의 공공병원들을 총동원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도 감염병 확산 방지와 치료를 전담할 병원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느낌이 섞여 있다. ‘아슬아슬한 위기감’이다. 코로나19의 최대 격전지가 되고 있는 대구경북에서는 치료에 필요한 ‘음압병상’과 ‘의료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구 250만의 대도시인데 국가지정 음압병실은 10개, 역학조사관 2명에다 경북대병원을 제외하면 ‘대구의료원’ 만이 공공병원으로 유일하다. 민간병원이 협력하고 경상북도에서 일하는 공중보건의가 대구로 집결해 대응하면서 가까스로 메우고 있지만, 여전히 인력이 부족해 타지역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인근 경상남도도 비슷하다. 인구 330만인데다 면적도 넓은데 공공병원이라고는 마산의료원이 전부다. ‘진주의료원’이 2013년 폐원되면서 300병상 규모의 공공병원 1개가 도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병원 밖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출입국자 수가 줄어들어 관심이 줄어들었지만, 검역인력이 부족한 인천공항에서 다른 공항직원을 동원해 입국자들의 발열체크 등 검역을 힘겹게 해내고 있다. 바이러스 검사 능력을 하루 1만건까지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검사를 담당하는 인력이 부족해 수주째 밤샘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코로나 대응’의 현재 상황은 부족한 자원, 열악한 환경에서 책임감과 헌신에 기대 가까스로 버텨내는 것 같아 아슬아슬하다.

그러나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취약하다. 지금 열리고 있는 국회에서도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에 관한 법률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불행히도 높지 않다. 감염병과 중증 외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켜줄 공공의료에 종사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법률은 이런 취급을 받고 있다. 감염병전문병원도 ‘돈 안 되는 진료’, ‘위험한 시설’로 낙인찍는 비협조로 진척이 더디다. 이런 분위기가 위기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능력을 약화시켜온 것이다.

우리는 이미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5,6년 주기로 감염병 사태를 맞고 있다. 그때마다 국민 건강의 위협은 물론, 생활이 위축되고 거대한 규모의 경제적 피해를 받고 있다. 다시는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그 답은 이미 나왔다. 공공에 대한 투자다. 사회적 위기, 사회적 재난에 대응할 병원 등 시설과 공공의료인력 등을 충분히 갖출 수 있게 투자해야 한다. 투자 없이 더 이상 헌신과 책임감에 기대어 감염병과 맞설 방법은 없다. 2020년의 교훈은 이것이어야 한다.

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이사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