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연기론에 선 긋는 여야… “득보다는 실 크다”

입력
2020.02.26 17:26
수정
2020.02.26 21:2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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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코로나 확산 시그널 우려에 ‘불리해 미룬다’ 정치적 부담도

통합당 “재난, 정치적 이용 비판에 총선과 연계는 자멸행위 공감대”

靑은 “국회 공감대 있어야 검토”… 현실화 여부는 확산 추세에 달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낙연 코로나19재난안전대책위원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낙연 코로나19재난안전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50일도 남지 않은 4ㆍ15 총선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감염병 사태의 심각성과 함께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는 점에서 일단은 여야 모두 신중한 입장이다. 다만 존립 근거를 선거에서 찾아야 하는 각 당 입장에서는, 총선 연기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주부터 야당을 중심으로 흘러나오던 총선 연기 주장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24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총선 연기 얘기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연기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지만, 신종코로나 진행 추이를 단정하기 어려운 당 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대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섣불리 공론화를 하기에 민주당에 부담이 너무 크다. 우선 집권당이라는 점에서 총선 연기 얘기를 먼저 꺼내는 순간, “신종 코로나 확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시그널을 국민들에게 보내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이 먼저 선거 연기를 야당에 제안할 경우, ‘판세가 불리하니 정략적으로 선거를 미룬다’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이를 고리로 한 야권의 거센 공격도 직면해야 한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26일 “여당이 먼저 선거 연기를 제안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그럴 경우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도 “총선 연기는 어렵다”는 쪽에 기울어 있다.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이날 “먼저 총선 연기를 주장하면 ‘국가적 재난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신종 코로나와 총선을 연계하는 행위는 ‘자멸행위’라는 공감대가 있어 발언도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총선 연기는 대통령 결정에 의해 가능하다. 하지만 전염병 확산과 같은 엄중한 상황에 불필요한 공방 없이 이를 구체화하려면, 여야의 정치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 때문에 키를 쥐고 있는 청와대도 “먼저 국회에서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연기의 현실화 여부는 신종 코로나 전염 추세에 달렸다. 다음달 중순까지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비상 국면이 이어질 경우, 정치권의 의중과 상관없이 총선 연기를 논의해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에 속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다음달 중순까지도 진정되지 않으면 선거 연기를 논의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선거를 미룬다 하더라도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20대 국회의원 임기만료(5월 29일) 전까지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 이후까지 미뤄질 경우, 입법부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총선 연기가 현실화 해도 그 기간이 최장 한 달을 넘길 수 없다. 이마저도 ‘선거를 연기한 기간 동안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될 수 있느냐’는 실효성 논란이 계속될 수 있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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