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대응 다급해도 취약계층 복지 공백 방치하면 안 된다

입력
2020.02.26 04:30
31면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연합뉴스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지역 이동 제한이나 야외ᆞ집단 활동 자제 등다양한 대응 조치가 강구되고 있다. 대구에서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불어나고 사망자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추가 감염 차단을 위해 집회 등 다중이 모이는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선제적 방역 조치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런 선제적 대응으로 파생되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다중 시설 폐쇄나 급식 중단 등으로 통상의 복지 전달 체계가 제한되는 상황이다. 무료급식소는 서울의 경우 3곳 가운데 2곳이 문을 닫았다. 최후 수단으로 이 곳을 찾던 노숙인들이 어디서 끼니를 해결하는지 짐작기 어렵다. 서울의 대표적 급식 지역 중 하나인 탑골공원 인근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식을 중단했다. 대신 주먹밥 계란 등을 나눠주고 있다지만 기존 급식과 비교하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통상의 복지 서비스가 맞닥뜨린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쪽방촌상담소 5곳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편의시설 제공은 유지하지만 한방 의료봉사나 무료 진료 등은 지난달부터 중지했다. 복지 서비스 기관이나 장애인 시설은 일찌감치 폐쇄됐거나 외부인 출입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복지관 등을 이용한 일상 활동 중단은 감내한다 해도 재활치료 등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경우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내 장애인 인구는 260만명, 노령 인구는 이미 800만명을 넘어섰다. 장애인, 노령 인구만 따져도 전체 인구의 거의 20%에 가까운 수준이다. 대구 등 코로나 비상 상황이 발생해 대응 능력에 한계가 있는 지자체는 어쩔 수 없지만 그 밖의 지자체와 중앙 정부가 이 같은 취약 계층 보호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재난 상황에서 언제나 가장 최악의 피해를 보는 것은 취약 계층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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