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속 숨긴 채 외톨이 만든 뒤…” 판결문으로 본 신천지 전도방식

입력
2020.02.21 16:22
수정
2020.02.22 09:4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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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1심 “문화체험 빙자해 교육, 바른말 하는 사람과 관계 차단시켜”

20일 오전 대전 서구보건소 관계자들이 신천지대전교회에서 긴급 방역을 하고 있다. 대전 서구 제공.
20일 오전 대전 서구보건소 관계자들이 신천지대전교회에서 긴급 방역을 하고 있다. 대전 서구 제공.

“철저히 자신들의 소속을 숨긴 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끊게 만들면서 끈질기게 전도를 해 결국 넘어가면 신천지교회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신천지예수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전도 방식의 위법성 등을 다투는 항소심이 대전지법에서 진행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민사항소3부는 신천지 신도로 활동하다 탈퇴한 3명이 신천지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을 맡았다.

앞서 대전지법 서산지원 민사1단독 안동철 판사는 지난달 14일 이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1명의 청구를 받아들여 “피고 교회는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신천지교회에서 3~7년간 신도로 활동했던 이들이 2018년 12월 ‘신도 활동 과정에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해 1년여 만에 법원의 첫 판단을 받은 것이다.

본보가 입수한 판결문을 보면 신천지예수교회는 다른 교회 신도나 신도였던 사람들을 상대로 처음에는 이 교회 소속이라는 것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문화체험프로그램’ 또는 ‘성경공부’를 명목으로 교리교육을 받게 했다.

피전도자가 신천지라는 것을 의심하면 피전도자처럼 전도를 받은 사람으로 위장한 신도 등을 붙여 더욱 철저하고 교묘하게 밀착 관리하도록 했다. 그렇게 교회 측은 피전도자가 교리에 순화될 때(이른바 ‘씨가 심겨질 때’)까지 신천지 소속임을 숨겼다가 나중에 밝히는 방식으로 전도를 했다.

이 과정에서 신천지교회 측은 피전도자에게 배려와 친절을 베풀며 호감을 샀다. 그런 친절과 호의가 순식간에 사라지면 피전도자가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불안심리를 느끼게 된다는 점 등을 이용해 신도가 되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밀당(밀고 당기기) 수법’도 썼다.

신천지교회 포섭자들은 심지어 피전도자에게 객관적 사실을 알려주는 주위 사람과의 관계를 끊게 만들거나 악화시키기도 했다.

이런 신천지교회 측의 전도 방법에 이끌려 수년간 신도로 활동하면서 피전도자가 가족이나 지인과 관계가 나빠져 심적 갈등과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대상자의 불안심리 등을 이용해 사실상 자유의지를 박탈한 상태에서 피고교회 등의 신도가 되도록 유도한 것으로, 헌법에서 보호하는 종교의 자유를 넘어선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사기범행의 기망이나 협박행위와도 유사해 우리 사회공동체 질서유지를 위한 법규범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위법성이 있다고 평가된다”며 “전도 행위를 주도한 피고 교회는 원고에게 금전적으로나마 위로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전임사역자 활동은 노동력 착취’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른 원고 2명의 청구에 대해서도 전도 과정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기각했다.

3명의 옛 신도들과 신천지교회 측은 모두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첫 재판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전=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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