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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新모던패밀리’의 가족사진] <4> 1남1묘 가족 김용운씨네 

※편집자주: ‘가족사진’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란히 앉고 그 뒤로는 그들의 아들딸이 서서 정다운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 우리가 ‘정답’처럼 여겨 온 가족의 형태도 이런 것이겠죠. 하지만 여기, 조금 다른 가족이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하는 ‘4인 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살아가는 이들이지요. 한국일보 뷰엔(View&)팀이 ‘찾아가는 사진관’이 되어 혈연으로도, 법으로도 엮이지 않은 궤도 밖 ‘모던패밀리’의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가족의 모습에 과연 ‘정답’이 있을까요?

김용운(44)씨와 그의 반려묘 송이.

용운씨는 프로다. 15년 차 ‘프로 직장인’이기만 한 게 아니다. 독신 인생 ‘nn년차’를 맞은 자칭 타칭 ‘프로 혼삶러’다. 자녀 없는 마흔넷 중년 남성이 이 나라엔 흔치 않은지라 저절로 도가 튼 분야가 하나 더 있다. “‘왜 결혼 안하냐’는 질문에 대처하는 법이랄까요. ‘애정표현이다~’ 생각하면 속 편하죠. 혹시라도 부장님이 물으신다 하면, 속으론 이렇게 대꾸합니다. 그러는 부장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 그러니까 말하자면, 친구들끼리 건네는 ‘밥이나 먹자’, 콜센터 직원이 내뱉는 ‘사랑합니다 고객님’과 동급인 말이다. “진짜 밥 먹자는 게, 진짜 사랑한다는 게 아니듯 분명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건 아닐 거란 말이죠. 일종의 안부…인사랄까?”

그만큼 모두가 그에게 쉬지 않고 묻는다. “결혼, 안 한 거예요 못한 거예요?” 그는 맞받아친다. “모두가 결혼을 향해 돌진할 때, 그게 1순위가 아니었을 뿐이거든요. 그게 뭐가 그리 이상한가요?” 하다못해 아이스크림 맛도 서른 한가지씩 고를 수 있는 세상인데, 이런 인생도 있고 저런 인생도 있다는 걸 인정 못 하는 이들이 참 많구나 싶다.

“어떤 신념이 있어 결혼을 거부한 게 아니니 비혼이라 하면, 진짜 ‘비혼주의’인 분들 앞에 도리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미혼’이라고 보기도 힘든 것 같아요.” 미혼의 ‘미(未)’는 ‘아직 못했다’는 의미니 어쩐지 ‘남들은 다 하는 걸 제때 못했다’는 뜻 같아 억울하다. 그래서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는 새로운 단어를 창조해보기로 했다. “굳이 따지자면 ‘무(無)혼’입니다. 지금 내 인생엔 결혼이란 게 그저 ‘없는 상태’일 뿐이라고요!”

그래 봤자 외롭게 나이 들어가는 중년이라, 딱하게 여기지 마시라. 혹시라도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면 오산이다. ‘두 명’은 아니지만 ‘둘’이 살고 있으니까. 든든한 짝꿍 ‘송이’와 함께 한지 어느덧 4년째. 생명과 부대끼며 산다는 건, 생각보다 ‘정신없는’ 것이었음을 마흔 넘어 새롭게 배웠다. 그런데 정신없는 만큼, 또 행복하다는 게 신기하다. 남들은 어떻게 볼지 몰라도 용운씨는 송이와 진득한 정서적 교감을 누리고 있는 지금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마흔 넘어 처음 만난 짝꿍 ‘송이’. 여러 번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지만, ‘고양이의 탈을 쓴 강아지’인 양 사람을 잘 따르고 좋아한다.
 ◇결혼 안 한 너? ‘삐익~! 비정상입니다!’ 

용운씨는 직업 특성상 낯선 이들을 자주, 많이 만난다. 어색한 분위기를 녹이기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보지만, 사실 어떤 화제로 운을 떼든 마지막은 대개 엇비슷하다. 한국인에게 가장 만만한 대화 소재란 뭐니뭐니해도 ‘가족 얘기’니까. “그런데 그 집 아기는 몇 살이에요? 학교는 갔나?” 언제나 훅 치고 들어오는 기습 공격. “아… 저는, 결혼을 안 했습니다”라는 대답에 일순간 침묵이 흐른다. 결혼과 아이가 대한민국에서 사는 40대, 중년 남성이 당연히 갖춰야 할 자격요건인 듯, 그걸 못 갖췄으니 이마에 ‘미달’ 딱지라도 붙은 것 같다.

자식 없는, 결혼 안 한 남자를 세상은 유난스러울 정도로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불쾌한 시선은 대개 무언의 질문을 던진다. 대체 무슨 사연으로...? ‘사연이 없다’는 게 사연이라면 사연일까. “20대엔 취업, 30대 이후엔 결혼이 삶의 1순위 과업이라고들 하잖아요. 저는 취업 이후의 목적이 결혼으로 옮겨가지 않았던 거거든요.” 남들은 ‘결혼을 해야 하니 상대를 찾자’는 신조였지만, 그는 ‘좋은 상대가 나타난다면 결혼을 해도 좋겠다’는 마음가짐이었을 뿐이다.

문제는 이 나라에선 ‘많다’는 것이 ‘정상’으로 여겨진다는 거였다. 다수가 으레 하는 ‘무엇’이 언제나 정상적인 것이 되고, 정상성의 궤도에 오르지 못한 이들은 자연스럽게 ‘성실하지 못해 도태된 이들’이 되기 십상이다. 결혼을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눈다는 발상 자체가 이상한 시대인데도 그렇다. “아파트만 예로 들어볼까요? 한국 아파트의 십중팔구는 30~40평대거든요. 딱 3~4인의 ‘정상가족’ 형태에 맞춰진 거예요. 아무리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진다고 해도 아파트 모양은 천편일률적이죠. 그러니 1인 가구가 서울 시내에서 혼자 살 수 있는 아파트는 턱없이 적을 수밖에요.”

‘식구’ 송이와 용운씨.
 ◇혼사남 라이프 nn년차, 내 인생 첫 번째 ‘짝꿍’이 생겼다 

마흔 언저리, 혈혈단신 ‘혼자’의 삶이 공기처럼 당연하게 느껴질 때쯤,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문득, 너무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대로 괜찮을까? 싶었죠.” 오랜 세월 익숙하던 ‘딱 1인분의 삶’ 너머 풍경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의 인생에 ‘첫 번째 짝꿍’ 고양이 송이가 들어왔다. 지난 2017년 가을이었다.

새 식구를 들이기까진 장장 2년이 걸렸다. 고양이 카페를 ‘내 집’처럼 들락거리며 고양이와의 궁합을 살폈다. 종마다 성격이나 행동 특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어떤 종의 고양이가 자신과 잘 맞을지 신중하게 고려했다. 동네 길고양이들을 찾아다니며 ‘캣대디’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여러 고양이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뜯어보다 보니 저에겐 어떤 친구가 어울릴지 보였어요. 집이 넓지 않은 데다 책이 많아서 너무 활동성 있는 고양이는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싶었지요.” 그때, 송이와 연이 닿았다. 피부병을 심하게 앓아 주인에게 버림받은 유기묘였다.

“결혼해서 애 있는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이 어느 순간부터 다 아이 사진으로 바뀌는 거예요. 예전엔 그게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는 그 마음이 뭔지, 너무 알 것 같습니다.” 혈혈단신 한 몸뿐이었을 때보다 훨씬 피곤한 생활이었지만, 말이라는 그릇에 다 담을 수 없는 충만한 행복이 있었다. “물론 자식 낳아 기르는 부모들 심정을 다 이해할 수 있다곤 못하겠지요. 그래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았어요. 생명을 건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세상의 구심점이 ‘나, 한 사람’이었을 때와는 다른 새로운 시야가 열렸다.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송이는 그에게 식구(食口)다. 말 그대로 ‘한 집에서 끼니를 함께하는 또 하나의 입’. “식구란 건 그런 거잖아요. 밥은 잘 챙겨 먹었을까, 언제나 궁금하고 염려되는 대상. 그래서 송이는 식구고, 가족이에요. 저에게는.” 물론 송이가 용운씨의 노후를 책임져 주는 건 아니다. 밥뿐 아니라 약도 꼬박꼬박 챙겨 먹여야 하는 데다 피부병을 타고나 병원치레도 잦다. 주말 아침 늦잠을 방해하는 울음소리엔 가끔 피곤함부터 솟긴 하지만, 따뜻한 몸과 손을 올리고 눈을 맞추는 것만으로 진한 정서적 교감이 오간다. 그래서 용운씨는 순간의 감정적 허기를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 입양을 고려하는 이가 있다면, 넌지시 묻고 싶다. 가족이 될 용기가 있느냐고.

고양이와 사는 남자의 일상을 솔직하게 써내려 간 용운씨의 에세이.
 ◇결혼 안 한 당신, 자식 없는 당신이 ‘불효자’라는 사람들에게 

주변에서 누가 뭐라 그러건, 사람 좋은 웃음을 허허 웃고 마는 그지만 ‘부모 생전에 손주 안겨드리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효(孝)’라는 통념에 대해선 할 말이 많다. “글쎄요. 그것도 효라면 효겠지만, ‘그것 이외엔 효가 아니다’라는 주장은 참 이상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효도는 지금 당장 그 자식이 오롯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 아닐까요.”

결혼해서 다들 행복할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수치가 증명한다. 한 해에만 이혼하는 부부가 10만 쌍이 넘으니 말이다. “혼자 살아도 행복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용운씨처럼 각자의 가치와 기준에 따라 삶을 설계해나갈 수 있는 시대다. 함께여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존재가 배우자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반려동물일 수도 있지 않나.

그럼에도 자칭 ‘무혼남’ 아저씨가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사람들에게 용운씨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나 자신이 평균 분포 안에 위치할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모든 것이 지극히 ‘표준’일 거라 여기는 거죠. 하지만 우리는 모두 각자 어떤 부분에서만큼은 평균 안에 들지 못하거든요? 그렇게 여겨 주세요. 아 저 사람은, 단지 결혼이란 부분에서만큼은 평균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구나.”

자전거를 유달리 못 타는 사람, 주삿바늘을 무서워하는 사람, 오이 냄새만 맡아도 소름이 돋는 사람이 있듯, 그 또한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이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이동진 문소연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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