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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의 기차여행ㆍ버스여행] KTX와 렌터카로 1박2일 완주 여행
완주 오성한옥마을 아원고택 만휴당에서 바라본 종남산 풍경. 오성한옥마을은 BTS가 다녀간 이후 더 유명해졌다.

전주는 알아도 완주는 익숙하지 않다. 지도를 펼쳐서 전주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이라고 설명하면 그제야 ‘이런 곳이 있었구나’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완주는 풍경과 예술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전주만큼 번잡스럽지 않은 ‘소확행’ 여행지다.

전주 바로 위 삼례는 완주 여행의 시발점이다. 그러나 대중교통 이용은 다소 불편하다. 전라선 삼례역이 있지만 무궁화호만 정차하고, 드문드문 다니는 농어촌버스에 의지해 여행 일정을 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안은 역시 교통이 편리한 전주다. KTX를 타고 전주역에 내려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상상력 기발한 복합문화공간 ‘산속등대’

금강산도 식후경, 소양면 화심 순두부촌에서 순두부찌개를 주문했다. 부드러운 순두부와 껍질을 벗겨 낸 바지락의 조합이 일품이다. 얼큰하면서도 구수하다.

소양면 화심리 원조화심두부 식당의 화심순두부(7,500원).

다음 목적지는 복합문화공간 ‘산속등대’. 30여년 전까지 제지공장이었다가 가동을 멈추고 버려졌던 공장이 예술 체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굴뚝과 건물에 미술이 더해졌다. 제1관에는 ‘불편한 여행을 통해(通海)’ 사진전(최욱ㆍ원태욱 외 3인)이 열리고 있다. 이름처럼 산 속에 우뚝 선 굴뚝 등대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입장료는 1만원(2,000원 기본음료 포함).

버려진 공장에 예술을 입힌 ‘산속등대’.
등대로 다시 태어난 공장 굴뚝.
산속등대 미술관에서 ‘불편한 여행을 통해(通海)’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산속등대의 슨슨카페 음료. 아메리카노(왼쪽)는 입장료에 포함된 기본 음료와 곡물라떼 ‘더꼬숩’(7,000원).

◇BTS 뮤비 찍은 오성한옥마을과 아원고택

오성한옥마을은 완주의 떠오르는 보물창고다. 옛 정취를 간직한 소양고택, 미술작품이 전시된 오스갤러리, 분위기 좋은 두베카페 등 마을 전체가 매력 덩어리다. 천천히 둘러보다가 플리커책방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지며 나만의 ‘소확행’을 누린다.

오성한옥마을의 고즈넉한 풍경.
오성한옥마을의 오스갤러리.
오성한옥마을의 플리커책방.

아원고택은 이 마을의 상징적 공간이다. 건축가 전해갑 대표가 경남 진주의 250여년 된 한옥을 옮겨 세웠다. 2011년 이곳에서 드라마 ‘발효가족’을 촬영했다. 당시 박찬홍 감독과 연기자, 스태프가 온돌방에서 몸을 녹이고 수다를 떨며 친목을 다졌다. 지난해에는 방탄소년단(BTS)이 뮤직비디오 ‘서머패키지’를 촬영해 더욱 유명해졌다.

분위기도 그지없이 고즈넉하다. 연하당에 앉으면 글 짓고 그림 그리던 옛 선비의 풍모가 떠오르고, 만휴당 대청마루에서 종남산을 바라보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풍류의 멋이 이런 것인가 싶다. 고택은 아원뮤지엄과 연결된다. 전시관에는 양한모 건축가의 한옥 사진 몇 점만 띄엄띄엄 걸려 있을 뿐 전체가 여백투성이다. 전해갑 대표는 “공간을 비워야 진짜 주인인 사람이 보인다”고 했다. 입장료 1만원(음료 포함), 숙박 가능, 저녁식사는 외부에서 해결해야 한다.

BTS 뮤직비디오 서머패키지가 촬영된 아원고택.
이곳에 서면 나도 BTS! 오성한옥마을 아원고택 만휴당 앞마당에서 보는 종남산 풍경.
아원고택의 아원뮤지엄. 작품은 많지 않고 여백이 크다.
아원고택 투숙객에게 제공하는 조식.

◇오성제의 황홀경, 화암사 복수초에 반하다.

오성한옥마을 바로 앞에 오성제(저수지)가 있다. 종남산과 서방산을 배경으로 두르고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호수다. 아침이면 안개와 수면에 비친 산세가 어우러져 황홀경을 연출한다. BTS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던 외톨이 소나무의 모습도 신비스럽다. 아침이 분명한데 꿈속을 헤매는 것 같다.

오성저수지 제방의 외톨이소나무. BTS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이후 ‘BTS소나무’로 불린다.
안개 낀 오성저수지의 아침 풍경.

다음은 불명산 자락 화암사로 향한다. 오솔길 주위로 낙엽을 뚫고 샛노란 꽃을 피운 복수초의 향연이 봄처럼 따뜻하다. 147계단을 오를 때는 난데없이 땀 범벅이고, 마지막 계단에 이르면 안도현의 시 ‘화암사 내사랑’이 보답하듯 반갑게 맞는다. 화암사 극락전(국보 제316호)은 사찰 건축의 정수로 꼽힌다. 기둥과 지붕 사이에 긴 목재를 끼운 하앙식 구조물은 국내 사찰에서 유일하다. 처마와 지붕의 무게를 고르게 분산하는 구조다. 앞은 용머리, 뒤는 뾰족하게 다듬은 것까지 세밀함이 돋보인다.

화암사 가는 길에 샛노랗게 핀 복수초를 만났다.
화암사 극락전.
화암사 극락전 하앙 앞부분이 용머리 형태를 띄고 있다.
◇양곡창고의 변신은 무죄! 삼례문화예술촌

마지막으로 삼례문화예술촌에 들렀다. 일제강점기 양곡 수탈의 증거인 삼례양곡창고가 문화예술의 성지로 탈바꿈했다. 무거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모모미술관’, 예술과 과학이 결합한 상상 속 공간 ‘디지털아트관’, 옛날 영화를 상영하는 소극장 ‘시어터애니’, 지역 주민의 여가 커뮤니티 ‘뭉치’, 전통 방식으로 가구를 제작하는 ‘김상림목공소’, 차 한 잔으로 문화의 향기에 취하는 ‘문화카페 뜨레’, 책 공방 ‘북아트센터’ 등이 입주해 있다.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호흡하는 문화 집합체이자 핫플레이스다. 예술촌 건너편 삼례책마을은 고서점과 헌책방, 북카페로 구성된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곳이다. 삼례문화예술촌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삼례책마을은 무료다.

삼례문화예술촌의 시어터애니. 옛 양곡창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삼례문화예술촌의 카페 뜨레.
삼례책마을 풍경.
삼례책마을 내부.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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