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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사회·끝] 테러 이겨내고 더 강해진 뉴질랜드
알렉스 탄 교수 인터뷰 “결국은 민주주의가 해답”
뉴질랜드 켄터배리대학 알렉스 탄 교수가 지난해 12월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용 기자

“시민들의 다양한 생각과 요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정당이 많아져야 한다.”

알렉스 탄 뉴질랜드 켄터베리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한국일보와 만나 ‘적대사회’의 해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민이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해주는 정당이 있다고 느낄 때 일상의 분노와 갈등이 해소된다는 것이다. 켄터베리대학 정치학과장인 탄 교수는 국제정치와 선거법 권위자로 꼽힌다.

뉴질랜드는 1996년까지 한국과 같은 ‘승자독식’ 소선구제(지역구 최다득표자 1명 당선)를 운영하며 강고한 양당 체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과다대표’된 거대 양당에 대한 국민 불신이 급증하며 1996년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전환했다.

탄 교수는 “뉴질랜드 유권자는 환경과 이민,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거대 양당은 이런 요구를 수용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다양한 정당이 국회에 진입하며 국민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보다 잘 대변하는 정당을 찾을 수 있게 됐다”며 “다양한 정당들이 경쟁하면 정치권도 국민들의 목소리를 더 예민하게 듣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수정당인 국민당이 선거제 개혁에 앞장선 것도 특징이다. 탄 교수는 “뉴질랜드가 점차 진보적인 분위기로 흐르며 국민당은 ‘다시는 정권을 잡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며 “그래서 양당제보다는 다수당제에서의 ‘연정’을 돌파구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포퓰리즘과 극단주의가 확산되는 데 대해서는 “과거 ‘모든 사람에게 빵을 주자’는 공산주의도 당시에는 포퓰리즘이었다. 역사적으로 언제 어느 때나 포퓰리즘은 존재한다”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게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피하기 위해 뉴질랜드 정부가 ‘갈등 관리’에 힘쓰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사회 양극화를 막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사회복지 정책에 투입한다. 남녀평등, 환경보호, 이주민 수용, 원주민 권익 강화에도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탄 교수는 “정치가 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모든 정당이 일치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전 정부의 정책을 정반대로 뒤집는 경우는 없다는 얘기다.

아시아 정치 전문가인 탄 교수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에게 ‘한국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논의됐다’고 전하자 “한국 국민들이 양당제에 만족하지 못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다당제는 한국정치에 역동성을 불어 넣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주로 의원내각제에서 차용하는 선거 제도라는 점에서 대통령제인 한국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탄 교수는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부정부패에 연루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치인이 부패했다기 보다 정치인을 부패하기 쉽게 만드는 정치 시스템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대통령제는 5년 단임제에 대통령에 너무 많은 권한이 쏠려 있어 권력 남용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권력구조 개편을 제안했다.

크라이스트처치=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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