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서 힐링하니 스마트폰 없어도 즐거워요” 행위중독 치유센터 영월 하이힐링원

입력
2020.02.18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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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랜드 출연, 비영리재단법인 산림힐링재단이 운영 

 스마트폰 중독, 쇼핑 중독, 도박중독 예방과 치료, 직장인도 참여 

지난해 영월 하이힐링원을 찾은 치유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명상에 앞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하이원리조트 제공
지난해 영월 하이힐링원을 찾은 치유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명상에 앞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하이원리조트 제공

지난달 20일 경기 오산지역 청소년과 아동 38명이 강원 영월군 상동읍 내덕리 섭지골에 자리한 ‘하이힐링원’을 찾았다. 2박3일 일정으로 이곳에 온 이들은 새해 이루고 싶은 소망을 주제로 직접 노래 가사를 쓰고,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난생 처음 카메라 앞에 선다는 수줍음과 어색함도 잠시, 아이들은 활기찬 연기와 댄스를 선보이는 등 숨겨둔 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피톤치드 가득한 자연 속에서 이들은 스마트폰과 게임을 즐기지 않고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이어진 쿠킹클래스에선 요리의 매력에 푹 빠져 보기도 했다.

‘진정한 힐링(치유)이 무엇인지 느꼈다’거나 ‘게임 없이 즐기는 방법을 알게 됐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중독 예방 프로그램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는 평가다.

영월 하이힐링원(21만7,698㎡)은 하이원리조트가 스마트폰과 쇼핑, 도박중독 예방과 치료 등을 위해 지난해 11월 문을 연 공익시설이다. 경제성 논란으로 장기간 방치되던 상동테마파크를 리모델링했다. 숲을 비롯한 자연이 가진 치유력에 주목한 것이다.

강원랜드가 127억원을 출연해 설립하고 매년 운영비를 지원하는 비영리 재단법인 산림힐링재단이 운영을 맡고 있다. “백두대간 산림자원을 활용, 인문ㆍ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내 최초 행위중독 치유센터”라는 게 하이원리조트의 설명이다.

강원랜드가 설립한 산림힐링재단이 운영하는 상동 하이힐링원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및 게임 중독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원리조트 제공
강원랜드가 설립한 산림힐링재단이 운영하는 상동 하이힐링원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및 게임 중독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원리조트 제공

17일 강원랜드에 따르면, 해발 1,200m 매봉산과 단풍산 자락에 조성된 하이힐링원은 15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콘도 객실과 요가, 명상 등을 할 수 있는 4개 테마동, 정원 및 숲 체험 시설로 이뤄져 있다.

이뿐 아니라 기획전시실과 족욕장, 유기농 텃밭, 쿠킹 스튜디어 등을 갖춘 하이힐링원은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에게도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한다. 일상에 지친 직장인과 청소년, 교직원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숲 산책을 통해 우울함을 극복하고 호흡운동으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노인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하이힐링원이 무엇보다 신경 쓰는 분야는 도박과 스마트폰 등 행위중독 예방ㆍ치유 프로그램이다.

온라인 불법스포츠 도박과 게임은 물론이고 최근 들어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노모 포비아(Nomophobia)’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지난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했다. 더구나 중독 연령이 낮아지고 있어 예방 및 치료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이힐링원 관계자는 “최근 들어 스마트폰과 인터넷 도박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과도한 몰입과 중독이 술과 담배로 대표되는 물질중독 못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이에 대한 예방과 함께 중독자를 사회와 가정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 시급해졌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진단를 토대로 하이힐링원에선 자연치유와 인문ㆍ예술 분야를 접목,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방을 제시한다.

첫 단계로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숲 체험프로그램으로 스트레스를 덜어준다. 명상과 요가는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어 ‘미니 오케스트라’에 참여해 유기적인 사회적 역할에 대해 배우고 성취감도 느낀다. 행위중독에 대한 전문강사 교육을 통해 다시 게임이나 도박에 중독되지 않도록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한 정신적인 기술도 익힌다. 단순 주입식 교육을 넘어 몸과 마음이 느끼도록 하는 교육과정인 셈이다. 그 동안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 (KLACC)에서 운영한 ‘하이원 힐링캠프’ 등을 통해 쌓은 노하우가 담겨 있다는 평가다.

최근 영월 하이힐링원을 찾은 청소년들이 해먹을 설치하는 등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하이원리조트 제공
최근 영월 하이힐링원을 찾은 청소년들이 해먹을 설치하는 등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하이원리조트 제공

결과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올 들어 각종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8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결과 참여자 대부분이 만족감을 나타냈다”는 게 하이힐링원의 얘기다. 지난해 12월에 도박치유 프로그램에 다녀간 40대 참가자는 “나를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다시는 삶의 궤도를 이탈하지 않을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하이원 리조트 관계자는 “디지털과 도박 중독 예방ㆍ치유를 핵심 사회공헌사업으로 선정했다”며 “장기적으로 하이힐링원과 산림 치유의 숲, 강원랜드 도박중독관리센터를 연계한 힐링 프로그램으로 확대하겠다”고 다짐했다.

영월=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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