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부서도 ‘부적절’ ‘오만’… 임미리 고발 후폭풍

입력
2020.02.14 07:48
수정
2020.02.1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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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안 좋은 모습… 고발 취소해야”

정성호 “오만은 위대한 제국도 파괴”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3 오전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인근에서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낙연 페이스북 뉴스1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3 오전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인근에서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낙연 페이스북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당에 비판적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검찰에 고발한 것과 관련해 당 내에서도 ‘부적절한 조치’라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14일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전날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에게 임 교수 고발 건에 대해 ‘고발을 취소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의 고발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 ‘안 좋은 모습이다’는 견해를 밝혔고, 윤 총장은 ‘저희 생각이 짧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의원들도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냈다. 3선 의원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만은 위대한 제국과 영웅도 파괴했다”며 “항상 겸손한 자세로 국민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또 “가치의 상대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재선의 홍의락 의원도 “어쩌다가 이렇게 임미리 교수의 작은 핀잔도 못 견디고 듣기 싫어하는지 모르겠다”며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민심은 민주당에게 온전하고 겸손하기를 원한다”며 “그런데도 이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민주당 지도부가 안타깝다”고 했다.

여론에 민감한 민주당 예비후보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 동작을 예비후보인 허영일 전 행정안전부 정책보좌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너무 옹졸한 모습이다. 즉시 취소하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또 “여당은 대범하게 처신해야 한다”며 “여당이 신문 칼럼 하나와 싸울 만큼 한가하지 않다. 예비 후보들은 오늘도 거리에서 한표 한표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지식인들도 따가운 목소리를 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로서 이 문제는 민주당이 잘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표현의 자유는 이념을 넘어 존재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촛불 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다”며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했다. 이후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 명의로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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