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신당ᆞ위성정당 이름 변경 꼼수로 정치 희화화하는 한국당

입력
2020.02.14 04:30
31면
더불어민주당 서재헌 상근부대변인(오른쪽 두 번째) 등이 13일 미래한국당의 창당과 관련 한선교 대표 등을 고발하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서재헌 상근부대변인(오른쪽 두 번째) 등이 13일 미래한국당의 창당과 관련 한선교 대표 등을 고발하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등록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한국 정치사에 유례없는 위성정당의 출범을 막을 마지막 제동 장치마저 풀리게 됐다. 하지만 선관위 결정은 미래한국당이 법률상 정당 창당 요건을 갖췄다는 형식적 판단일 뿐, 정당 출범의 정당성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한국당은 명심해야 한다.

앞서 한국당은 위성정당 명칭을 ‘비례자유한국당’으로 정했다가 선관위로부터 거부당했다. 기성 정당 명칭에 ‘비례’만 붙여 유권자들이 같은 당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꼼수를 부렸다가 망신을 당한 것이다. 위성정당 창당 과정에서 한국당이 보인 구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래한국당 시도당 사무실은 한국당 사무실과 주소가 같거나 논밭의 빈 창고였다. 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을 미래한국당에 꿔주는가 하면, 비례대표 의원직 유지를 위해 제명 절차를 거친 후 당적을 옮기는 꼼수를 부렸다.

한국당이 이날 의원총회에서 새로운보수당 등과 합당을 의결하고 신당 명칭을 ‘미래한국통합신당’으로 정했다가 불과 몇 시간 만에 ‘미래통합당’으로 바꾼 것도 뒷말을 낳고 있다. 미래한국통합신당은 정당 명칭으로는 이례적으로 긴 여덟 글자다. “너무 길다”는 한국당 내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미래한국통합신당으로 정한 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나마 통합신당준비위원회가 “새로운 정당이 중도ㆍ보수통합 정당인 것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며 미래통합당으로 신당 명칭을 최종 확정하면서 한국당 꼼수에 제동이 걸렸다.

당명은 정당의 정책, 정치적 신념과 지향성을 담는 그릇이지만 한국당은 정치공학적 계산만 하다가 정치를 코미디극으로 전락시켰다. 한국당의 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시키려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는 무모한 발상에서 비롯됐다. 총선에서 몇 석을 더 얻기 위해서라면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쯤은 왜곡해도 괜찮다는 위헌적 발상과 몰염치를 거두지 않는 한 위성정당 운영을 둘러싼 잡음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지역구 선거에서 여론의 역풍을 맞는 상황이 두렵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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