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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진원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 거주 교민과 중국인 가족 등 147명을 태운 전세기가 12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격리 생활시설인 경기 이천시 장호원의 합동군사대학교 국방어학원으로 이동하는 버스에 탄 어린이가 손을 흔들고 있다. 서재훈 기자

코로나19에 감염됐던 한 영국인이 11일(현지 시간) 자신의 신원을 스스로 공개했다. 이 영국인은 우리나라 17번, 19번 확진자도 참가한 싱가포르 콘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코로나19에 노출됐다. 이어 프랑스 스키리조트와 산장 등지에서 11명을 감염시켰다. 귀국 후 선술집에도 가고 학교에서 아이들도 만난 것으로 밝혀져 영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그는 격리 치료 닷새 만에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하면서 사과와 함께 자신의 얼굴, 정확한 일정과 동선을 언론에 알렸다.

한국 사회였다면 어땠을까. 확진자가, 그것도 슈퍼전파자가 피해 확산을 막으려고 자진해서 신원을 드러내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SNS를 통해 온갖 혐오와 배제, 차별의 언어들을 쏟아내며 확진자를 죄인 취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감염병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안과 공포를 감안하면 그 같은 반응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감염 위험 지역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의 ‘바이러스’ 취급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중국 우한에서 탈출하다시피 해 고국으로 돌아와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에서 격리 생활을 해온 우한 교민들도 이런 사회적 낙인 가능성을 가장 불안해했다. 이들의 심리 상담을 맡아온 보건 당국 설명에 따르면 73건의 상담 건수 중 60% 정도가 사회적 관계에 대한 두려움, 즉 사회적 낙인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토로한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격리 생활에서 오는 고립감과 불투명한 정상 생활로의 복귀 등 때문에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음압병동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확진자들도 병세 회복에 대한 것보다는 자신들에게 쏟아질 사회적 비난과 주변의 냉대 가능성 등에 불안 증세를 보인다고 의료진들이 전할 정도다.

아산과 진천에서 격리 생활을 해온 우한 교민 등 우리 국민 700여명이 15, 16일 격리 해제된다. 격리 치료를 받아온 확진자들도 완치되는 대로 계속해서 가정으로 돌아갈 것이다. 여전히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들이 아무런 편견이나 차별 없이 일상 생활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위로하고 포용과 화합의 마음을 나누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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