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비판한 ‘기생충’도 충무로 양극화선 자유롭지 못해

입력
2020.02.12 18:00
수정
2020.02.13 00: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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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CJ부회장 오스카 작품상 소감 발표, 대기업 의존 현실 보여줘”

한국영화산업 저예산 영화 소외, 기존 스타감독 외 해외 주목 못받아

책임프로듀서 자격으로 '기생충'에 참여한 이미경(가운데) CJ그룹 부회장이 지난 9일 미국 캘리포니아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 무대에 올라 제작진, 배우들 사이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책임프로듀서 자격으로 '기생충'에 참여한 이미경(가운데) CJ그룹 부회장이 지난 9일 미국 캘리포니아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 무대에 올라 제작진, 배우들 사이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세계 공통의 사회 문제인 양극화를 다뤄 보편성을 획득했다는 영화 ‘기생충’. 그러나 기생충 역시 한국 영화계의 양극화 문제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기생충’의 투자ㆍ배급을 맡은 CJ그룹의 이미경 부회장이 작품상 수상 무대에 올라 소감을 밝힌 걸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영어로 그는 “우리 영화에 솔직한 의견을 아끼지 않은 한국 관객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생충’ 제작진과 동생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한국 관객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시상식이 끝난 후 일각에서 “제작자나 감독이 아닌 투자자인 이 부회장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꼭 나왔어야 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 영화 제작자는 “이 부회장이 ‘기생충’의 성공에 적잖은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투자자가 작품상 수상 수감을 말하는 모습은 ‘반지하’ 영화인들이 ‘대저택’ 대기업에 기생해 살 수밖에 없는 영화적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평했다.

‘기생충’을 배출한 국내 영화 산업이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 또한 문제다. 대기업이 투자ㆍ배급하는 상위 20%의 영화가 전체 관객의 80% 이상을 가져가는 사이 ‘반지하’에서 만들어지는 저예산ㆍ독립영화들은 일부를 제외하곤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어서다.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 감독이 십 수년째 봉준호를 비롯, 박찬욱 김지운 이창동 홍상수 등 일부 감독들에 그치고 있다는 점도 한국영화계의 양극화를 보여준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봉준호나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어떤 작품이든 폭넓은 관심을 받지만 다른 감독들은 별 주목을 받지 못한다”며 “한국의 젊은 영화감독들은 이들과 힘겨운 경쟁을 하면서도 할리우드 대작,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의 콘텐츠와 경쟁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이라는 ‘기생충’의 영광 또한 양극화라는 보편성의 자장 안에 있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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