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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6일 오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제2차 전체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여야 정당들이 기존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선출 절차에 문제가 없는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앞다퉈 유권해석을 요청하고 있다. 개정 공직선거법에 신설된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 조항 때문에 종전 관행대로 비례대표를 정할 수 없다는 걸 알고 뒤늦게 야단법석을 떠는 것이다.

개정 선거법 47조 2항은 정당이 민주적 심사절차를 거쳐 대의원ㆍ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 절차에 따라 추천할 후보자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초 이 내용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만 18세 선거 연령 인하 등 쟁점 이슈에 가려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선관위가 지난 6일 전체회의를 열어 개정 선거법에 따라 ‘비례대표 전략공천 불가’ 방침을 의결하면서 제법 파장이 큰 변화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 대표가 비례대표의 20%를 전략공천할 수 있도록 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대부분의 정당에서 당 대표나 최고위원회의 등의 비례대표 전략공천은 관행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선거인단 투표를 거치지 않으면 후보자 등록 자체가 무효가 된다. 선관위는 비록 일부일지라도 전략공천을 허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방침을 이미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관련 당헌ㆍ당규를 개정해야 하는 정당들은 선관위가 정당 활동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선거판에서 당 지도부가 경선 없이 후보자를 정하는 결단 정도는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구는 전략공천을 허용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나 역대 공천에서 계파 보스들에 의한 밀실ㆍ사심 공천의 폐해가 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변화는 불가피하다. 정치권이 제 손으로 통과시킨 법을 이제 와서 못 지키겠다고 할 수도 없다. 특히 비례대표 전략공천 불허 결정이 자유한국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밀실 공천을 막을 수 있는 결정이라고 환영했던 민주당이 자신들의 전략공천은 인정해달라고 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결국 여야 모두 비례대표 선출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라는 입법 취지와 선관위 해석을 따르는 수밖에 없다. 다만 선관위는 비례대표 선거인단 구성 및 투표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만들어 혼란을 최소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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