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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손님보다 상인이 많은 골목 손님 발걸음 끊긴 향촌동 수제화 골목

“솔솔솔 오솔길에 빨간 구두 아가씨, 똑똑똑 구두 소리로 어딜 가시나” 대구 출신 가수 남일해가 부른 대중가요 ‘빨간 구두 아가씨’ 노래에 꼭 맞는 골목이 있다. 전국 유일의 수제화 골목인 대구 향촌동 수제화 골목이다. 2014년부터 매년 가을 이 노래에서 따온 이름인 수제화 축제 ‘빨간 구두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대구 수제화 골목은 대구역과 북성로 공구상가가 집적한 전통문화지역 속 명물거리다. 20년 이상 경력의 제화 장인들의 혼이 밴 수제화 골목에 빨간 불이 켜졌다. 중국산 저가 상품 물량 공세에 밀려 쇠퇴일로다. 수제화 골목의 실태와 활성화 방안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제1회 수제화 명장으로 선정된 ‘한양제화’ 최병열씨가 지난달 31일 작업실에서 수제화 제작 작업을 하고 있다.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이헌용 대구수제화골목협회장이 지난달 31일 수제화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거리를 오가는 사람 중 낯선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전부 얼굴 아는 사람이죠. 이 골목에 장사하는 사람만 있지 손님은 눈을 씻고 봐도 없죠.”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 중구 향촌동 수제화골목에서 만난 한 가게 주인의 하소연이다.

대구의 ‘명물’이라는 수제화골목이 위기다. 골목에는 손님이나 관광객보다 상인들이 훨씬 많았다. 아니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25년째 수제화를 판매했다는 아미제화 박연득(60) 사장은 “수제화 시대는 이미 끝났는데, 살아날 수 있겠냐”며 한숨지었다. “새로 찾는 손님은 거의 없고, 과거 수제화를 신어본 60대 이상의 단골 덕에 겨우 가게를 유지한다”며 “현상유지라도 하려면 하루 3~5켤레는 팔아야 하는데, 12월 한 달간 30켤레라도 팔았다는 가게가 이 골목에 하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향촌동 수제화 골목은 중앙로-종로를 동서로 연결하는 서성로 14길의 300여m 골목에 있다. 1970년 조성됐다. 완제품 제조업체와 부품 공급사, 도소매 유통업체 등 130여개가 몰려 한때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전국 유일 수제화 골목이라는 명성도 얻었지만, 1990년대 말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려 쇠퇴일로를 걷고 있다. 2000년 대 초 130여 개이던 점포는 올 2월 기준 매장 42개, 특수화 2개, 수선 8개 등 60개로 반 토막이 났다.

더 큰 문제는 후진양성이 끊긴 데 있다.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지난해 10월 수제화활성화위원회는 20년 이상 수제화 분야 종사자 중 5년 이상 중구에서 활동중인 기술자를 대상으로 제 1회 수제화 명장을 선정했다. 1회 명장이 된 최병열(63ㆍ한양제화 대표)씨는 “명장 선정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며 “49년째 이 골목을 지키고 있지만 이 일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 우리가 마지막 세대가 될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상인들도 자구노력에 나섰지만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다. 최근 수제화골목협회는 임원진을 새로 구성하고 수제화 르네상스를 위해 골목 전체를 통합한 인터넷 쇼핑몰 구축 등 다양한 위기극복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헌용 대구수제화골목협회장은 “20~30대 신규 수요 고객층 확보를 위해 새로운 플랫폼 마련이 시급하다”며 “중국산 저가 상품과 다른 품질 좋은 제품인 것은 물론, 본인의 개성과 발의 특성에 맞는 나만의 신발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수제화 매력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그림 1대구 중구 향촌동 수제화골목 전경.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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