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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체계 교란 막기 위해 과로ㆍ스트레스 관리해야
베체트병은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일종의 혈관염으로 피부와 혈관이 지나는 곳에 모두 생길 수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직장생활 등으로 바쁘게 보내면서 불규칙적으로 생활하다 보면 면역체계의 균형이 깨지기 마련이다. 그러면 몸속에 있는 면역세포가 세포를 적으로 여겨 공격한다. 이를 ‘자가면역질환’이라고 부른다.

베체트병은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다. 1930년대 병을 체계적으로 정리·발표한 터키 피부과 의사 훌루시 베체트 의사의 이름을 따서 병명이 됐다.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국내에는 환자가 2만명이 채 되지 않지만 20~30대 남성에게서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유전ㆍ환경 요인에 의한 면역계 이상 때문으로 추정된다. 베체트병 환자의 50~60%에서 HLA-B51 유전자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체트병은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혈관염 일종이어서 피부뿐만 아니라 혈관이 지나는 곳이면 어디든지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만성재발성 전신염증질환’으로 부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베체트병에 걸리면 일반적으로 입안에 혓바늘 같은 궤양이 지속적으로 생기는 증상이 흔히 나타난다. 지름 2~10㎜의 궤양이 생겨 식사하는 것은 물론, 말하는 것조차 하기 힘들 수 있다. 김재훈 고려대 구로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베체트병에 걸리면 다양한 증상이 생기는데 이 가운데 대개 구강 궤양이 많이 나타난다”며 “구강 궤양이 발생한 환자의 70%는 외음부 궤양과 함께 다리 피부에 압통을 동반한 결절홍반ㆍ모낭염 등이 생겼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한다”고 했다.

피부 병변(결절성 홍반양 병변, 구진농포성 발진, 여드름양 병변)과, 혈전성 정맥염, 포도막염이 생길 수도 있다. 눈 안구벽 중간층(홍채, 모양체, 맥락막)을 형성하는 포도막에 생기는 포도막염을 앓으면 시력 저하, 날파리증(비문증), 통증, 충혈, 눈물 흘림, 눈부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서 자칫 실명할 수도 있다.

대장을 포함한 장관에 염증ㆍ궤양을 일으켜 설사ㆍ혈변 등이 생기기도 한다. 뇌동맥류(腦動脈瘤)가 생길 수도 있다. 뇌동맥류는 파열 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베체트병으로 인해 생기는 이 같은 증상은 동시다발적으로 혹은 수년에 거쳐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베체트병을 앓으면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도 2.5배 이상 늘어난다. 이영복 의정부성모병원 피부과 교수 등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베체트병 환자군과 건강한 대조군을 비교한 결과에서다(‘파킨슨병 저널(Journal of Parkinson’s Disease, 2019년 8월)’. 이 교수는 “베체트병 환자가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기 때문에 신경계 질환에 대한 조기 발견을 위해 베체트병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했다.

베체트병 진단은 증상ㆍ징후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1년에 3회 이상 구강 궤양, 외음부 궤양, 특징적인 피부 병변, 포도막염, 초과민성 반응 여부 확인 등을 통해 진단한다.

혈액검사는 염증 활성 정도나 합병증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로 활용될 뿐이어서 혈액검사로 베체트병을 진단하기는 어렵다. 앞에서 밝힌 다양한 증상이 생기고 검사에서 이러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감염성 질환이나 다른 특별한 질환이 없으면 베체트병으로 진단한다.

정재현 고려대 안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베체트병은 자주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해 완치는 어렵지만 조절이나 치료가 가능하다”며 “무엇보다 피로하거나 과로한 뒤 악화되는 경향이 있으니 과로를 피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콜키신을 포함한 스테로이드제, 면역 억제제 등을 사용하는데 꾸준히 치료하면 증상이 일상생활에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차도가 있지만 눈ㆍ장ㆍ뇌혈관 등에 침범했을 때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ㆍ장 천공ㆍ뇌출혈 등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훈 교수는 “베체트병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발병할 수 있으며 젊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며 “베체트병을 예방하려면 과로나 스트레스를 피하고 면역력 증진에 도움되는 영양가 높은 음식이나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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