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계규의 이사람] 달라진 안철수, ‘제3당 돌풍’만은 그대로일까

입력
2020.02.08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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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캐리커처
안철수 캐리커처

“안철수가 달라졌다.”

지난달 19일 여의도 정치 한복판으로 돌아온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향한 세간의 평가다. 우선 외모부터 달라졌다. 1년 5개월 동안 유럽과 미국에 머물며 마라톤을 열심히 한 덕에 바지 사이즈가 3인치나 줄었다고 한다.

발언도 세졌다. 복귀 당일부터 “보수통합 관심 없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확실히 못박더니, “(문재인 정권은) 한마디로 도둑질 정권”, “(실용적 중도가) 모호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식한 것”이라며 거친 말도 서슴없이 쏟아냈다. 쉽사리 결단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며 ‘간철수’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과거와는 분명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위치도 변했다. 손학규 대표와의 ‘협상 결렬’로 자신이 만든 바른미래당 접수에 실패하자, 또 다시 벌판으로 뛰쳐나와 신당 창당이란 모험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과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에 이은 안 전 대표의 ‘네 번째 신당’이다.

변하지 않은 건 안 전 대표가 여전히 중도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그는 내달 1일 실용적 중도 정당을 정식 창당한다. 롤모델은 같은 노선을 내세워 대선에서 승리하고 총선에서도 압승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다. 중도 신당을 성공시켜 입지를 다진 다음, 다시 2022년 대선을 노려보겠다는 구상이 엿보인다.

안철수는 변했지만, 4년 전 총선에서 일으켰던 ‘제3당 돌풍’은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민의당에 전폭적 지지를 보냈던 호남 민심은 여당으로 기운 지 오래고, 신당을 알리기엔 4월 총선까지 남은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안철수신당’ 당명 사용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안 전 대표도 “쉽지 않을 것을 잘 알고도 돌아왔다”고 했다. 그래도 나라를 살려야 한다는 ‘처절함’으로 완주하겠다는 그의 마음이 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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