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사미족의 날(2.6)

입력
2020.02.06 04:3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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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북극권 소수민족 '사미족의 날'이다. 넷플릭스의 2019년 성탄 애니메이션 ‘클라우스(Klaus)’의 배경 마을인 ‘스미어렌스버그’의 엑스트라 주민들이 사미족이다. '클라우스' 홍보 포스터.
오늘은 북극권 소수민족 '사미족의 날'이다. 넷플릭스의 2019년 성탄 애니메이션 ‘클라우스(Klaus)’의 배경 마을인 ‘스미어렌스버그’의 엑스트라 주민들이 사미족이다. '클라우스' 홍보 포스터.

북극권 소수민족에 대한 민속지학을 연구했던 미국 인류학자 에드먼드 카펜터(1922~2011)는 북극을 두고 “완전무결한 영속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철 따라 얼고 녹고 바람 따라 빙원의 굴곡도 달라지지만 미동하는 고위도 태양 아래 해빙의 풍경이 그에겐 영원할 듯했던 모양이었다. 그는 “아무런 인간의 흔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 땅을 이해하고 그 안에 깃들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라고 썼다(베리 로페즈의 ‘북극을 꿈꾸다’에서).

그는 몇 가지를 오판했다. ‘완전무결한 영속’이 그렇다. 그 얼음 바다는 가장 위태롭게 격변하는 공간이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인간의 흔적’을 두고도 그는 경솔했다. 그곳은 예나 지금이나 이누이트와 에스키모 등 북극권 소수민족과 카리부와 사향소, 일각고래와 바다표범 등 쫓고 쫓기는 뭇 생명들의 흔적으로 어지러운 공간이다. 그들에겐 그 흔적을 찾고 못 찾는 게 살고 죽는 문제다.

‘북극을 꿈꾸다’의 작가 로페즈는 그걸 이렇게 썼다. “북극은 거칠고 현실적인 사람들을 선호한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눈에는 아무것도 없이 끝없이 펼쳐진 것 같은 땅에서 가장 희미한 생명의 떨림을 알아채는 사람들. 아주 작은 흔적과 언뜻 드러난 자취에도 포식자의 기민함을 보이는 사람들.”

북유럽이 북극권과 포개지는 스칸디나비아반도 북부와 러시아 콜라반도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사미(Sami)족’이 그런 존재다. 혹한의 동토 덕에 그들은 비교적 오래 고립돼 살다가 19세기 상업포경과 제국들의 팽창주의가 본격화하면서 문명의 가시권에 포획됐다. 거주지에 따라 그들은 각각 러시아와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시민이 됐고, 국경에 따라 사냥ㆍ유목의 경계도 나뉘었다. 차별도 극심했다. 19~20세기 초 스웨덴은 그들 ‘열등 인종’에 대해 강제 불임수술을 단행하기도 했다.

사미족은 현재 약 13만명이 남아 있다. 우랄어족의 고유언어를 지닌 그들은 20세기 초 저항운동을 시작했고, 1919년 2월 6일 노르웨이 트론헤임(Trondheim)에서 첫 자치의회를 열었다. 1992년 노르웨이 의회는 2월 6일을 ‘사미족의 날’로 지정했다. 국적ㆍ국경을 초월한 사미족의 ‘국기(민족기)’가 내걸리고, 사미어 국가가 불려지고, 순록 경주대회와 각종 공연, 공예품 시장 등이 열린다. 그들의 희소한 상품성이 자존ㆍ생존의 기회를 부여한 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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