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질 옷감 활용해 나만의 상품 만드는 사장으로

입력
2020.01.28 16:15
수정
2020.01.28 19:0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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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일자리, 지역에서 앞장섭니다] 부산 금정구 ‘업사이클 전문인력 양성 사업’

지난 23일 오후 부산 금정구 사회적기업 에코인블랭크 사무실에서 업사이클 1인 기업 사장들(오른쪽)과 신종석 에코인블랭크 대표가 자투리 원단과 양말 등을 이용한 업사이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들 1인 기업 사장은 금정구가 지난해 실시한 '업사이클 전문인력 양성 교육'을 받았다. 권경훈 기자
지난 23일 오후 부산 금정구 사회적기업 에코인블랭크 사무실에서 업사이클 1인 기업 사장들(오른쪽)과 신종석 에코인블랭크 대표가 자투리 원단과 양말 등을 이용한 업사이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들 1인 기업 사장은 금정구가 지난해 실시한 '업사이클 전문인력 양성 교육'을 받았다. 권경훈 기자

지난 23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곡동 사회적기업 에코인블랭크 사무실. “드르륵, 드르륵….” 정겨우면서도 힘찬 재봉틀의 박음질 소리가 이어졌다. 여기저기에 자투리 옷감과 한쪽 짜리 양말이 쌓여 있었다. 한참 작업이 진행되는가 싶더니 어느새 자투리 옷감은 양복 모양 일부가 그대로 붙은 깔끔한 가방이 됐다. 친환경 양말은 인형, 천 조각은 명함집으로 모양이 바뀌어 있었다. 이곳에 입주한 1인 기업 대표 라소영(39)씨는 “13년간 주부생활을 하다가 업사이클 교육을 받고 이렇게 일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누구든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데 장벽이 없었다. 부산 금정구가 지역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난해 처음 시작한 ‘업사이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잇츠 업(It’s up) 프로젝트’ 이야기다. 업사이클은 재활용할 수 있는 의류 소재 등을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이 사업은 지역 패션 기업인 파크랜드가 자투리 원단을 제공하고 사회적 기업인 에코인블랭크가 취업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부산가톨릭대의 지원을 받아 업사이클 전문 교육을 실시하는 내용이다. 대상은 지역의 신중년, 경력단절 여성, 미취업 청년 등이다. 교육 후 1인 기업 등으로 활동하면서 자신만의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전문가로 재탄생 하는 과정인 셈이다.

철이 지나거나 옷을 만들다 남은 원단을 다시 가공해 만든 가방들.
철이 지나거나 옷을 만들다 남은 원단을 다시 가공해 만든 가방들.

이날 에코인블랭크에서 작업 중이던 또 다른 1인 기업 대표 공주(40)씨는 “버려질 천 조각을 이용해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분이 스스로 다시 태어나는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작품’들은 인근 파크랜드 부산대 매장이나 광복동 매장에 마련된 업사이클 코너로 옮겨져 판매된다. 파크랜드는 이런 방식으로 이달 말부터 서울 논현점과 경기 기흥점에서 관련 제품을 판매한다. 앞으로 제주 등 전국에 비슷한 매장이 더 늘어날 예정이다.

금정구가 총괄하는 이 사업은 업사이클 1인 생산자 창업과정과 업사이클 생산자 협동조합과정 등 두 가지의 교육과정으로 진행됐다. 각각 54시간의 과정을 마친 수료생들은 9개의 1인 기업을 만들었고, 1개의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이들 기업에서는 친환경인 옥수수 섬유 양말을 재활용한 애착인형 키트 제품, 자투리 실크원단을 재사용한 팔찌, 방수원단을 재사용한 미니 앞치마, 자투리 가죽을 이용한 여권케이스 등 다양한 업사이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상태가 다소 좋지 못해 판매하지 못하는 양말 등을 활용해 만든 인형. 양말의 재료는 옥수수 섬유로 친환경 제품이다. 동전 지갑도 있다.
상태가 다소 좋지 못해 판매하지 못하는 양말 등을 활용해 만든 인형. 양말의 재료는 옥수수 섬유로 친환경 제품이다. 동전 지갑도 있다.

금정구 측은 “교육 수료생들에 대한 사후 관리 차원에서 컨설팅과 멘토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좋은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부산 해운대 신세계백화점 센텀점에서 해당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창업 기업 네 곳이 팝업 매장을 운영, 4일만에 6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같은 달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일자리 행사에서 수료생들이 1일 체험학교를 운영해 15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9월에 열린 한 포럼에 양복조각을 재사용해 만든 업사이클 가방 기념품 250개, 500만원어치를 납품했다. 신종석 사회적기업 에코인블랭크 대표는 “교육을 받고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지만 친환경과 연계해 개척할 수 있는 영역이 크다”고 말했다.

매출만이 아니라 각종 행사를 후원하는 성과도 거두고 있다. 아세안의 각국 정상들과 대표단 등이 방문한 지난해 11월 부산 ‘2019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업사이클 가방 70점을 만들어 후원했다. 앞서 열린 한 패션 관련 행사에도 참여해 업사이클 사업을 홍보하는 역할도 했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여권 케이스. 여권 케이스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를 이용해 명함집을 만들기도 한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여권 케이스. 여권 케이스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를 이용해 명함집을 만들기도 한다.

정미영 금정구청장은 “지역내 대형 의류기업과 사회적 기업, 공공기관, 주민들이 힘을 모아 버려질 원단을 새로운 친환경 상품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면서 “올해도 이 사업을 계속 진행해 지역사회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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