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신부 따라 한국 온 남수단 제자 둘, 모두 의사됐다

입력
2020.01.22 11:31

 루벤 “살아계셨다면 자랑스러워하셨을 것” 

고 이태석 신부의 남수단 제자 존 마옌 루벤(왼쪽), 토머스 타반 아콧. 연합뉴스
고 이태석 신부의 남수단 제자 존 마옌 루벤(왼쪽), 토머스 타반 아콧. 연합뉴스

‘수단의 슈바이처’ ‘울지마 톤즈’로 널리 알려진 고 이태석 신부의 남수단 제자 존 마옌 루벤이 대한민국 의사시험에 합격했다.

제84회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한 루벤은 21일 인제대를 통해 “이 신부님 선종 10주기를 맞아 의사가 되니 신부님께 받은 선물이 아닐까 싶고 만약 살아계셨다면 많이 자랑스러워하셨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병들고 어려운 분들을 치료하며 제게 주신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루벤은 과거 이 신부가 2001년 남수단 마을 톤즈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던 중 인연을 맺었다. 이 신부는 루벤과 또 다른 남수단 청년 토머스 타반 아콧에게 한국에 가서 의사 공부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이후 2009년 한국에 온 루벤과 아콧은 수단어린이장학회의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의사 공부에 매진했다. 이 신부가 2010년 1월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난 뒤에도 두 사람의 학업은 계속됐다.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고(故) 이태석 신부(오른쪽).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고(故) 이태석 신부(오른쪽).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 신부 모교인 인제대 의과대학도 두 사람을 합격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의대 졸업 후 의사시험에 한 번 떨어진 루벤을 위해 1년간 기숙사를 제공하기도 했다. 먼저 합격한 건 아콧이었다. 그는 2018년, 제83회 대한민국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했다. 아콧은 당시 “한국어와 의학을 함께 공부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하지만 톤즈에서 보여준 이 신부님의 헌신적인 삶이 제가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오랜 내전으로 폐허가 된 아프리카 수단에서 병원과 학교를 설립하고 주민을 돌봤다. 13일 광주 살레시오고등학교에서 열린 이 신부 10주기 추모미사에서 루벤은 “신부님이 톤즈 오셔서 하신 모든 일들이 제게는 감동이었고 신부님을 닮고 싶었다”며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시고 애쓰는 모습에서 결정을 하게 됐고 의사라는 직업의 중요성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 2 : 슈크란 바바’ 스틸 이미지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 2 : 슈크란 바바’ 스틸 이미지

지난 9일에는 이 신부의 선종 10주기를 맞아 그의 일대기를 돌아보는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2 : 슈크란 바바’가 개봉하기도 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2010년 9월 개봉한 ‘울지마 톤즈’ 후속편으로 개봉 5일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관심을 모았다. 의사라는 직업을 버리고 사제의 길을 택해 아프리카 수단에서 봉사의 길을 걸었던 이 신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울지마 톤즈’는 2011년 4월 미국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부분 대상인 플래티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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