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치부를 드러낸 ‘기생충’ 진보의 신호”

입력
2020.01.20 14:14
수정
2020.01.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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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AP=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AP=연합뉴스

“한국사회 문제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영화 ‘기생충’에 대한 한국인의 자부심, (진보를 위한) 긍정적 신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작으로 선정된 후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18일(현지시간) 영화를 통해 본 한국 사회상에 대한 기고문을 실어 화제가 됐다. 미국 유력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CSIS) 소속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한국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잔인하리만큼 예리하게 묘사한 영화가 한국 안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현실에 주목했다.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부 단결’이 중요했던 사회 분위기와 군부독재 체제로 자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렵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영화 기생충이 인정받았단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한국사회가 사회 문제가 없는 것처럼 숨기기보다는 그 문제들과 직접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최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를 다루는 주제가 한국 영화산업계 내 인기를 끈다는 점도 언급했다. 사회적으로 소득 격차가 주요 이슈가 되고 있어서다. 2018년 개봉작인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대표적인 예시로 들었다. 그는 “2015년 기준 한국의 상위 10%가 전체 부의 66%를 차지한다”면서 “물론 아시아 다른 국가들보다는 평등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부유한 사회 속 소득 불평등으로 인한 계급적 긴장감을 예리하게 표현했다”고 평했다. 집값 상승, 고용 불안, 경제 격차 등 한국사회가 겪는 여러 문제들을 영화가 잘 드러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가난한 사람 특유의 체취를 언급하며 적대적 감정을 표현하는 부자들을 묘사한 내용 등이 탁월했다는 의견이다.

기생충은 다음달 9일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국제극영화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 총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여러 부문에 걸쳐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한국 영화 사상 기생충이 처음이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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