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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오늘, 미국 사우스다코타의 스피어피시 주민들은 오전 불과 27분 사이 32.2도의 기온 변화를 경험했다. weather.gov

북미의 어떤 지역은 눈발이 스치기만 해도 학교들이 쉬지만 미국 중서부 사우스다코타의 공무원들은 20~30분씩 차를 덮다시피 한 눈을 치워야 퇴근할 수 있는 날들이 드물지 않다고 한다. 록키산맥과 대평원 고원 하이플레인스가 지척에 있고, 최고 해발 2,200m인 블랙힐스(Black Hills) 산군(山群)의 발치에 자리를 잡은 마을들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위도와 지형 등을 고려하면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기온만 놓고 보면 1월 평균 기온도 섭씨 영하 1.3도 수준이어서 아열대에 가깝다. 푄현상의 건조 열풍 치누크 바람 덕분이다.

차고 습한 바람은 산 사면을 따라 100m씩 상승할 때마다 0.5도씩 낮아지면서 무거운 습기를 눈비로 뿌려 점점 건조해진다. 마른 바람은 비열(比熱ㆍ특정 물질의 단위질량 온도를 1도 높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이 낮아 100m씩 하강할 때마다 1도씩 데워진다.

한국도 태백산맥을 사이에 두고 영동과 영서가 늦봄과 초여름 북동쪽에서 불어오는 높새바람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는 일들이 생기지만 사우스다코타의 치누크는 주로 겨울에 남서쪽에서 불어 닥친다. 그래서 블랙힐스의 남서 사면은 자주 눈벼락을 맞고 북동 사면은 건조 온풍의 수혜(?)를 입는다. 블랙힐스의 북동자락 마을 스피어피시(Spearfish)의 1921년 1월 19일 최고기온은 섭씨 26.1도였다.

1943년 1월 22일 아침 스피어시피 주민들은 불과 27분 사이 32.2도나 출렁이는 기온 변화를 겪었다. 단위시간 온도 변화 세계 최고를 기록한 그 해프닝도 치누크의 마술이었다. 오전 7시30분까지 마을 기온은, 북극 한파의 영향으로 영하 20도였다. 갑자기 치누크 열풍이 스티븐 킹 소설 ‘The Mist’의 안개처럼 내습했다. 2분 뒤 수은주는 영상 7도로 무려 27도나 급상승했고, 그 뒤로도 온도는 꾸준히 올라 오전 9시 영상 12.2도로 정점을 찍었다. 직후 치누크는, 바람처럼 덧없이 멎었고, 9시27분 스피어피시 기온은 다시 영하 20도로 급랭했다.

건물 창문들이 깨지고, 달리던 자동차 유리가 서리로 뿌예지는 일들도 속출했다고 한다. 변덕에 속아 감기에 걸린 주민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스피어피시 주민은 2010년 기준 4,600여가구에 1만494명이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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