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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동력은 수백만 당원들과 인민들의 심장 속에 있다”라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해 총궐기에 나선 평양시 근로자들 사진을 1면에 게재했다. ‘자력부강 자력번영’, ‘사회주의 강국건설’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길’로 제시한 ‘정면돌파전’은 결국 제2의 ‘고난의 행군’이 될 듯하다.

새해 첫날 노동신문은 지난 4일간의 ‘당중앙위 전원회의 결과보도’를 실었다. 김 위원장 신년사를 갈음하여, 현 상황에 대한 판단과 대응방향을 제시했다.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 환경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미국의 ‘강도적 태도’로 ‘장기 대립’이 예상되며, 앞으로도 불가피하게 제재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자력갱생과 제재’로 압축된 대결에서 승리하도록 “제재책동을 총파탄시키기 위한 ‘정면돌파전’에 매진”하자고 대응방향을 제시했다.

자력갱생으로 제재를 이기기가 쉽지 않다. 고통을 참아야 하는 북한 주민들의 각오가 필요하다. 1월 7일, 북한은 전원회의 결정을 지지하는 평양시궐기대회를 열었고, 이어 각 기관, 사업단위로 확대하고 있다. 1월 8일 노동신문은 ‘당 중앙위 12월 전원회의 과업관철에 총매진하자’는 사설을 냈다. 노동당은 ‘고난의 행군의 엄혹한 시련 속에서도 불굴의 사상과 정신으로 강국건설의 장엄한 포성을 울린 혁명적 당’이라 했다. ‘농업전선을 주타격방향’으로 설정했다. 식량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는 뜻이다. 1월 12일, ‘혁명의 활로를 밝혀 주는 우리 당의 정면돌파전 사상’이라는 논설이 나왔다. 정면돌파전이 ‘사상’으로 격상된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수십 내지 수백만 아사자와 탈북자를 낸 ‘고난의 행군’과, 당시 북한 당국이 내놓았던 ‘붉은기 사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은 지금 핵미사일을 안고 고슴도치처럼 웅크린 채 버티기에 들어간다. 농업전선이 무너지고 버티기에 실패한다면, 식량위기는 불을 보듯 뻔하다. 세계는 제2의 ‘고난의 행군’을 목격할 수 있다. 버티기에 성공한다면, 북한은 미 본토를 위협하는 핵미사일 능력을 완성하고, 나아가 SLBM을 포함한 2차 타격능력도 확보할 것이다. 동북아의 핵무기국가로 자리매김하고 핵확산의 위험도 커진다.

1990년대 초부터 북한은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폐기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놓지 않는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지켜왔다. 이 때문에 몇 차례 전쟁위기도 감수했다. 지금의 제재를 얼마나 견디는지 보자고 밀어붙이기에는 위험부담과 희생이 너무 크다. 버티든 버티지 못하든, 우리에게는 엄청난 부담이고 미국에도 손해다. 대화로 끌어내는 것이 답이다.

돌이켜 보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이듬해 2월 하노이에 이르는 동안,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톱다운 협상으로 최소한 핵능력을 유지하면서 일부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믿은 듯하다. 즉, 단계적 접근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당시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이 억지 차원에서 최소 몇 개의 핵미사일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비공식 논의가 있던 터라, 북한의 생각이 터무니없지는 않다. 실제로, 미국 국내정치가 아니었다면, 하노이회담에서 ‘스몰딜’이라는 1단계 합의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지금도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최근 김계관은 1년반동안 미국에 속았다고 하면서도 김정은-트럼프 친분관계가 나쁘지 않다고 했다. 대화에 대한 미련이 아니고서야 자신을 속인 장본인과 사이가 나쁘지 않다고, 앞뒤 안 맞는 말을 할까.

지금 우리가 할 일은 현실적인 협상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자는 ‘빅딜’이나, 비핵화 전에는 아무 것도 못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다. 지난 30년의 핵협상이 왜 실패했는지 돌아본다면, 동결에서 완전 비핵화로 가는 단계적 비핵화를 시도해야 한다. 세계를 흔든 미중무역분쟁도 단계적으로 해결하는데, 북핵이라고 안될 이유가 없다. 미국은 더 신축적이어야 하고, 한국은 더 과감할 필요가 있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ㆍ연세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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