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겐 작게, 나에겐 통 크게”…달라진 설 선물 풍속도

입력
2020.01.16 18:15
수정
2020.01.17 11:4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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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이 한우 200g씩 소포장해 판매하는 설 선물세트인 ‘현대 한우 소담 매(梅)세트’.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이 한우 200g씩 소포장해 판매하는 설 선물세트인 ‘현대 한우 소담 매(梅)세트’. 현대백화점 제공

설을 앞두고 명절 선물 풍속도가 달라졌다. 타인에게 주는 선물은 실속을 따지고, 자신을 위한 선물에는 씀씀이를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설 선물은 전통적인 대용량 선물세트 대신 용량은 작지만 여러 품목이 포함된 소포장이나 실속형 제품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1, 2인 가구 증가와 가성비 따지는 소비 경향 등의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자신을 위한 선물을 고를 땐 여행상품과 가전제품 등 고가 품목에 아낌 없이 지갑을 여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이 지난 6~15일 설 선물세트 매출을 분석한 결과 소포장 세트가 지난해보다 13.1% 늘었다. 손질 후 진공 포장해 한 끼에 즐길 수 있는 생선과 함께 여러 전통식품을 소량씩 담은 선물 상품이 많이 팔렸다. 한우를 부위별로 조금씩 다양하게 구성한 선물세트도 인기를 끌었다. 전통적인 한우 선물세트가 3~4kg인데 비해 부위별 소용량 세트는 1.2㎏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소포장 선물세트는 구매한 고객이 직접 들고 이동하기에도 편하기 때문에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가성비 좋은 육포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설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설 매출은 전년 대비 60.9%나 올랐고, 지난 추석에도 두 자릿수 이상 신장률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한우 가격은 부담스럽게 여기면서도 고기류를 선물하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육포가 합리적인 선택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티몬에서 판매하는 실속형 설 선물인 ‘개성상인 하루홍삼플러스’. 티몬 제공
티몬에서 판매하는 실속형 설 선물인 ‘개성상인 하루홍삼플러스’. 티몬 제공
롯데닷컴이 판매하는 가성비 좋은 설 선물인 ‘한라봉 세트’
롯데닷컴이 판매하는 가성비 좋은 설 선물인 ‘한라봉 세트’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실속형 명절 선물들의 실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티몬은 지난 2주간(1~15일) 설 선물세트 판매 추이를 조사한 결과 3만원 이하 상품의 구매 비중이 지난해 동기간 대비 65%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2년 전(33%)과 비교하면 2배 가량 상승한 수치다. 이 가운데 2만~3만원대 선물이 27%, 1만~2만원대가 23%, 1만원 이하가 16%를 차지했다. 3만원대 이하 상품이 전체 선물 구매 비중의 절반을 훌쩍 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중고가 선물로 꼽혀온 과일 세트도 온라인에선 실속형으로 변신했다. 롯데닷컴에서는 지난 15일 기준 과일 선물세트 매출 1위가 1만원대 한라봉 세트였다. 이시헌 롯데e커머스 상품기획자는 “명절 경기가 악화하면서 대형마트와 온라인 몰을 통해 가성비 좋은 선물세트를 찾는 고객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전했다.

타인을 위한 선물 구매는 이처럼 가성비와 실속을 따지는 경향이 뚜렷해진 반면, 자신을 위해선 ‘통 크게’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점을 유통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설 선물 관련 인기 상품으로 2030세대는 국내 호텔 숙박권(왼쪽) 등 여행 상품이, 4050세대는 로봇청소기 등 가전제품이었다. 이베이코리아 제공
G마켓에 따르면 설 선물 관련 인기 상품으로 2030세대는 국내 호텔 숙박권(왼쪽) 등 여행 상품이, 4050세대는 로봇청소기 등 가전제품이었다. 이베이코리아 제공

온라인 쇼핑몰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올 설 연휴 3주전(3~12일)과 작년 같은 기간의 설 관련 인기 상품을 분석해 보니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여행이나 취미용품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명절 연휴 동안 자신을 위한 투자에 나선 젊은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해외 항공권과 국내 호텔, 테마파크 이용권 판매가 증가했고, 일부 고급 호텔 숙박권은 조기 품절되기도 했다고 이베이코리아 측은 설명했다. 4050 세대가 자신을 위한 명절 선물로 많이 고른 품목은 가전제품이었다. G마켓에 따르면 이 세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난 3~12일 식기세척기와 로봇청소기, 의류건조기가 불티 나게 팔렸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욜로(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 문화가 자리 잡은 2030 세대와 고된 가사노동을 돕는 가전제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4050 세대가 올 명절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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