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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장애인 정책도 그 유형에 따라 섬세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시ㆍ청각 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을 위해 특수투표용지나 편의시설을 도모하는 것처럼,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정신적 장애인을 위해 이미지나 그림 등을 활용한 특수투표용지나 편의시설을 적극 도모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1월 14일부터 시행되는 ‘공직선거법’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함께, 선거권자의 연령을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의 연령을 19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조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20세(2005년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이전)나 19세 이상(2005년부터 22019년 ‘공직선거법’)이 아닌, 18세 이상부터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바로 보통선거의 원칙, 즉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거에 참여하고 선거를 통해 선출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대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어야 정치적 의사가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고, 권력의 위임 및 대표에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이처럼 보통선거의 원칙은 인민의 자기지배의 이념 다시 말해 ‘치자와 피치자의 동일성’이라는 민주주의 이념이 실현되기 위한 최소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에는 보통선거의 원칙이 형식적인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실질적인 것으로 실현해야 할 적극적 의무가 있다. 헌법재판소도 결정을 통해 “보통선거원칙에 따라... 선거권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도록 충실히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2005헌마772)까지 고려하여 “사실상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는 중대한 제한을 받는다”면 선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2010헌마601). 사전투표제를 도입하는 것, 재외국민의 선거권 및 집행유예기간 중인 자에 대한 선거권의 보장 등은 국민인 모든 사람에게 보통선거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다. 그러나, 사실상 선거권을 행사하는데 중대한 제약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종종, 아니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이다. 특히 인지적 영역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 장애인을 포함한 정신적 장애인이 그러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통상 장애인의 선거참여율은 낮지 않다.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장애인의 참여율은 84.1%,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장애인 참여율은 74.8%로 통상 장애인의 선거참여율은 80%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전체 국민의 선거참여율(2017년의 경우 약 77%, 2014년의 경우 약 57%였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물론, 이러한 수치를 표면적으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 먼저, 시설(施設) 장애인들이 단체로 투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가(在家) 장애인의 선거참여율이 훨씬 낮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더 나아가 ‘장애 유형’에 따른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높은 참여율을 보인 장애인의 유형은 지체장애, 시ㆍ청각 장애, 신장 장애, 심장 장애, 호흡기 장애 순(80~90%)이다. 반면 낮은 참여율을 보인 장애인의 유형은 지적 장애, 자폐성 장애, 뇌병변 장애, 뇌전증 장애 순(50~60%)이다.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도 사정이 다르지는 않아서, 간 장애, 지체 장애, 안면 장애, 청각 장애, 심장 장애, 시각 장애 순(80~90%)으로 참여율이 높지만, 자폐성 장애, 지적 장애, 정신 장애, 뇌병변 장애 순(15~60%)으로 참여율이 낮다. 요컨대 인지적 영역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일수록 선거참여율이 낮은 것이다.

특히 발달 장애인의 경우, 그 수가 등록된 장애인의 8%에 불과하다. 때문에 정치후보자가 이들을 유효한 유권자로 바라보지 않아서 관심과 지원에서 배제되는데, 그로 인해 이들 장애인이 더욱 낮은 투표율을 보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더러 장애인의 선거접근성을 도모하기 위한 법안들이 발의되지만, 대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장애인 편의규정을 강행규정으로 변경하거나(이인영 의원 안), 시ㆍ청각 장애인을 위한 보조장치 제공(김부겸 의원 안), 투표 편의를 도모하고 투표 편의 지원교육을 마련(김해영 의원 안)하는 등 대개 신체적 장애인의 투표접근성을 강화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그나마 장애인의 선거참여에 관심을 가진 의원들의 발의는 여당을 비롯한 일부 진보적인 정당에 한정되어 있다.

이제 우리 장애인 정책도 그 유형에 따라 섬세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시ㆍ청각 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을 위해 특수투표용지나 편의시설을 도모하는 것처럼,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정신적 장애인을 위해 이미지나 그림 등을 활용한 특수투표용지나 편의시설을 적극 도모해야 한다. 더러 투표와 선거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더라도, 모의투표나 시뮬레이션 등 교육을 통해서 이들이 기꺼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왜 그래야 할까. 모든 사람들이 선거와 투표의 권리를 행사하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인권의 차원을 넘어서는 기본권의 행사에 대한 것이다. 인권과 기본권을 실현하는 것은 국가의 헌법상 의무이지, 다수결 내지 합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김도현, ‘장애학의 도전’)는 점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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