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제재심 공방… 당국 “행장도 책임” VS 은행 “과도한 제재”

입력
2020.01.16 17:05
수정
2020.01.16 23: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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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의연대와 DLF피해자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제재 관련 은행장 해임요청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배우한 기자
금융정의연대와 DLF피해자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제재 관련 은행장 해임요청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배우한 기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은행과 임직원의 징계 수위를 논의하는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가 16일 처음 열렸다. 특히 손태승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전 하나은행장 등 경영진 징계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오간 가운데, 금감원은 “은행장도 책임 져야 한다”고 공세에 나선 반면 은행 측은 “과도한 책임 묻기”라고 맞섰다.

◇“경영진에 내부통제 부실책임 물어야”

이날 제재심 안건은 우리ㆍ하나은행에 대한 기관 징계(영업정지 등)와 손태승 행장, 함영주 전 행장(현 하나금융 부회장)에 대한 징계(문책경고)였다. 제재심은 금감원과 은행이 질의와 답변을 주고 받는 ‘대심제’ 방식으로 진행돼, 손 행장과 함 전 행장이 각각 오전ㆍ오후에 참석했다.

제재심의 최대 쟁점은 내부통제가 부실 책임을 경영진에게 물을 수 있느냐다. 내부통제에 실패했을 때 경영진을 제재할 근거가 포함된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터라, 금감원과 은행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금감원은 법 개정과 상관없이 현행법의 시행령만으로도 충분히 경영진을 제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사 지배구조법 시행령은 ‘기준에 따라 금융사의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이뤄져야(19조)’ 하고 ‘내부통제 기준 운영과 관련해 최고경영자를 위원장으로 하는 내부통제위원회를 둬야 한다(19조 2항)’고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단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이 있느냐 여부로 경영진을 제재하자는 게 아니다”며 “법이 내부통제의 운영 책임을 최고경영자에게 지우고 있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금감원은 이런 논리로, 앞서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매매 사태’ 때 경영진을 중징계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DLF사태’ 제재심 주요 쟁점.
[저작권 한국일보] ‘DLF사태’ 제재심 주요 쟁점.

◇“경영진 제재 법적 근거 없어”

반면 은행 측은 “과도한 제재 논리”라고 팽팽하게 맞섰다. 은행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금융사 지배구조법 24조 1항이다.

이 조항에는 “금융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라는 의무이지, 경영진을 제재할 근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이번 제재는 법을 너무 확대 해석한 것”라고 말했다.

금융사들 사이에선 DLF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한 금융당국이 은행에만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 당국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사고 위험이 커졌는데, 정작 문제가 발생하자 금융사의 잘못만 부각시킨다는 의미다.

우리은행은 노조까지 당국 비판 대열에 나섰다. 노조는 전날 성명을 내고 “당국의 명백한 책임회피성 권한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박필준 노조위원장은 “불완전판매인지 잘잘못은 따져봐야 하지만 은행이 얼마나 피해 고객을 위해 노력하는지도 봐야 한다”며 “금감원은 은행에만 징계를 주고 자신들은 빠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양측의 공방 속에 제재심은 22일 임시 회의에서 논의를 계속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안건에 입장차가 크면 제재심이 몇 차례 더 열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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